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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930] 스키장의 곤돌라는 왜 ‘곤돌라’일까

2026-10-09 07:07

 스키장 곤돌라 모습
스키장 곤돌라 모습
겨울 스키장에 가면 하얀 산을 배경으로 작은 객실들이 줄지어 공중을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리프트와 함께 스키어와 관광객을 태운 채 케이블을 따라 정상으로 올라가는 이 시설을 ‘곤돌라(gondola)’라고 부른다. (본 코너 1929회 ‘스키에서 왜 '리프트(lift)'라고 말할까’ 참조)

스키장의 곤돌라는 원래 산에서 생긴 이름이 아니다. 본래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좁은 운하를 오가는 배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길고 좁은 선체에 여러 사람이 탈 수 있는 이 배는 베네치아의 독특한 도시 환경에 맞춰 발전했다.

곤돌라라는 말 자체는 이탈리아어에서 비롯됐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곤돌라라는 단어의 더 오래된 어원은 확정돼 있지 않다.

중세 그리스어 계열의 배 이름과 연결하는 설이 있는가 하면, 베네치아 지역의 방언과 연결하는 설명도 있다. 따라서 특정 고대어의 한 단어에서 곤돌라가 정확히 유래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여러 언어의 영향을 받은 베네치아 지역의 역사적 용어로 보는 것이 안전하다.

19세기 이후 케이블을 이용한 운송 기술이 발달하면서 산악 지역에서는 철도나 도로를 놓기 어려운 곳으로 사람과 물자를 운반하기 위해 공중 케이블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작은 객실을 매달아 사람을 태우는 방식이 등장했고, 이런 객실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곤돌라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영어에서 gondola는 베네치아의 전통 보트뿐 아니라, 케이블카 시스템에서 승객을 태우는 객실을 뜻하기도 한다. 특히 스키 리조트에서 여러 명이 탈 수 있는 밀폐형 케이블카를 ‘gondola lift’라고 부르는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곤돌라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동아일보 1925년 8월24일자 ‘歐羅巴求景(구라파구경)(八(팔)) 伊太利(이태리)’ 기사에서 ‘(마차)대신에"곤돌라"(베市(시)의小船(소선))電車(전차) 대신에 小蒸汽船(소증기선) 自働車(자동차)대신에 自働船(자동선)을 交通機關(교통기관)으로 使用(사용)함니다 우리는蒸汽船(증기선)을타고’라고 전했다. 당시 기사는 이탈리아 여행기를 소개하면서 베네치아의 교통수단을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곤돌라를 ‘곤돌라’라고 음역하고, 괄호 안에 ‘베시(베네치아)의 소선(小船)’이라고 풀이했다.

베네치아의 곤돌라는 한국에 들어와 처음에는 낯선 이탈리아의 교통수단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교통기술이 발전하면서 곤돌라라는 단어는 케이블에 매달린 승객용 객실을 뜻하는 새로운 의미를 얻었다.

이제 한국의 스키장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곤돌라라는 말이 사용된다. 이 말을 들으면 우리는 더 이상 베네치아 운하를 떠올리지 않는다. 눈 덮인 산, 스키와 스노보드, 그리고 케이블에 매달린 작은 객실을 생각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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