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대 후반 스노보드 문화에서 이 명칭이 본격적으로 경기 이름으로 사용됐다. 슬로프스타일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먼저 1980~90년대 스노보드와 프리스타일 문화의 변화를 볼 필요가 있다. 스노보드는 단순히 산을 빠르게 내려오는 스포츠로 성장하지 않았다. 스케이트보드와 BMX 같은 액션 스포츠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눈 위의 지형을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하는 문화가 발전했다. (본 코너 1392회 ‘사이클에서 왜 ‘BMX’라고 말할까‘, 1914회 ’왜 ‘스노보드’라고 말할까‘ 참조)
스키장에는 점차 다양한 점프대와 구조물을 갖춘 공간이 만들어졌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슬로프는 더 이상 내려가기 위한 길만이 아니었다. 점프할 수도 있고, 레일을 탈 수도 있고, 구조물 위에서 회전할 수도 있는 하나의 거대한 놀이터가 됐다.
1997년 첫 Winter X Games에서 이미 남녀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경기가 열렸다. ESPN의 역대 Winter X Games 기록에는 1997년 남자 슬로프스타일 우승자로 대니엘 프랙, 여자 우승자로 바레트 크리스티가 기록돼 있다. 1998년과 1999년에도 같은 종목이 이어졌다. 1990년대 후반에는 슬로프스타일이 단순한 라이딩 스타일을 설명하는 표현을 넘어 하나의 독립적인 경기 형식을 가리키는 명칭으로 이미 정착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슬로프스타일은 올림픽을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종목이 아니다. 이미 스노보드 현장에서 경기 형식으로 발전하고 있던 것이 훗날 국제 스포츠 무대와 올림픽으로 들어온 것이다.
국제스키연맹(FIS)에 따르면 프리스타일 스키 자체는 1950년대부터 발전하기 시작했고, 1966년 미국 뉴햄프셔주 애티태시에서 첫 프리스타일 스키 경기가 열렸다. 하지만 슬로프스타일과 하프파이프가 올림픽 종목으로 등장한 것은 훨씬 뒤인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이었다. 즉, 프리스타일 스키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오늘날 우리가 아는 슬로프스타일은 비교적 현대적인 프리스키 문화의 산물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본 코너 1913회 ’왜 ‘프리스타일 스키(freestyle skiing)’라고 말할까‘, 1923회 ’스키에서 왜 '하프파이프(halfpipe)'라고 말할까‘ 참조)
슬로프스타일에서 말하는 ‘스타일’은 단순히 옷차림이나 외형적인 멋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을 표현하고 연결하는 선수의 방식 전체에 가깝다. 그래서 같은 720도 회전도 선수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준다. 숫자로는 같은 두 바퀴지만, 그 안에 담긴 속도와 자세, 그랩, 회전축, 착지, 다음 기술로의 연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슬로프스타일이 다른 스키 종목과 구별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코스 전체를 하나의 퍼포먼스로 본다는 점이다. 선수는 하나의 점프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출발한 뒤 속도를 만들고, 첫 번째 구조물을 선택하고, 다음 점프에 필요한 속도를 유지하고, 다시 레일을 통과하고, 마지막 점프까지 자신의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 그래서 슬로프스타일 코스는 일종의 문장처럼 작동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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