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째는 꾸준함이다. 한두 경기 잘 던지는 것으로 에이스가 되는 것이 아니다. 시즌 내내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꾸준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물론 에이스도 사람인 만큼 매 경기 잘 던질 수는 없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팀이 믿고 경기를 맡길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위기관리 능력이다. 에이스라면 잘 풀리는 경기에서만 잘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서 얼마나 실점을 최소화하느냐가 중요하다. 주자가 나갔을 때, 연속 안타를 맞았을 때, 볼넷으로 위기에 몰렸을 때 더 이상 무너지지 않고 흐름을 끊어줘야 한다.
셋째는 중요한 경기에서의 책임감이다. 특히 시즌 막판 순위 경쟁이 치열할 때는 더욱 그렇다. 팀이 연패에 빠졌거나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경기라면 에이스가 마운드에서 버텨줘야 한다. 다른 투수에게 맡기는 것과 에이스에게 맡기는 것이 다른 이유다.
넷째는 팀에 믿음을 주는 투구다. 에이스가 마운드에 올라가면 야수들도 '오늘은 우리가 한번 해보자'는 믿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에이스가 초반부터 흔들리고 위기가 계속 이어지면 야수들에게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섯째는 이닝을 책임지는 능력이다. 선발 에이스라면 단순히 승리투수가 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 불펜을 아껴주고 경기 후반까지 팀이 승부를 걸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에 자신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 삼성은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시기에는 한 경기 한 경기가 모두 중요하다. 모든 선수들이 1위를 향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에이스가 흔들리면 문제는 단순히 한 경기의 패배로 끝나지 않는다.
원태인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매 경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투수가 자기 생각대로 모든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에이스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 최근 경기처럼 볼넷과 안타를 연속해서 허용하면서 대량실점을 하면 안 된다. 한 번의 위기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위기가 계속 커지는 것을 막아내는 것이 에이스의 역할이다. 지금 원태인의 투구는 과연 에이스의 자격에 부합하고 있는가?
선뜻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더구나 지금은 시즌 막판이다. 삼성에게는 정말 중요한 시기다. 1위를 다시 바라봐야 하고, 뒤에서는 추격하는 팀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에이스가 마운드에 올라간다는 것은 단순히 선발투수 한 명이 경기에 나가는 의미가 아니다. 팀의 기대를 짊어지고 올라가는 것이다.
원태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히 잘 던지는 것이 아니다. 에이스다운 투구다. 위기가 왔을 때 끊어내고, 팀이 흔들릴 때 버티고,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에서는 어떻게든 승부를 만들어내는 투구다. 지금 삼성에는 그런 에이스가 필요하다. 원태인이 정말 에이스라면, 바로 지금부터 그 자격을 보여줘야 한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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