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투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에 주도적인 '빌드업 축구'의 뼈대를 심었지만, 동시에 뚜렷한 한계를 노출한 지도자였다. 상대와 상황을 가리지 않고 오직 플랜 A만 고집하는 전술적 유연성 부족이 지적됐고, 자신이 구축한 틀에 맞지 않는 선수는 철저히 배제하는 폐쇄적인 선수 기용으로 비판을 받았다. 월드컵 직전까지 이강인을 외면했던 흑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정적이고 느린 점유율 축구는 강한 압박과 번개 같은 공수 전환을 중시하는 최신 세계 축구 흐름과도 다소 거리가 있다.
만약 벤투 감독이 다시 지휘봉을 잡는다면 우리 대표팀은 또다시 '손흥민 중심 축구'라는 관성으로 돌아갈 위험이 크다. 그는 자신이 검증하고 신뢰한 베테랑 중심의 스쿼드를 쉽게 깨지 않는 성향이다. 이는 결국 손흥민에게 또 다른 신체적·체력적 과부하를 주며, 대표팀의 장기적인 발전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대한민국 축구는 이제 좋든 싫든 황금세대의 바통을 넘겨주어야 하는 세대교체의 골든타임에 직면해 있다. 지금 시급한 것은 과거의 인물에게 매달리는 것이 아니다. 이강인을 중심으로 배준호, 양민혁 등 젊고 역동적인 테크니션들을 과감하게 대표팀의 메인 축으로 세우는 일이다. 전방 압박과 기동력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젊고 트렌디한 미래형 전술가가 와야만 한국 축구의 향후 10년이 담보된다.
우리가 벤투 체제에서 그리워해야 할 것은 파울루 벤투라는 인물이나 그의 과거 전술이 아니다. 감독에게 장기적인 시간을 믿고 맡기며 지원했던 공정하고 투명한 선임 프로세스와 시스템 딱 하나뿐이다. 클린스만과 홍명보를 겪으며 큰 홍역을 치렀다고 해서 눈앞의 과거로 발을 돌려서는 안 된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었다면 이제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이끌 능력이 있는 지도자를 찾아야 할 때다. 축구협회가 또다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퇴행을 택한다면 한국 축구의 미래는 없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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