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4(토)

야구

'레전드에 대한 푸대접', KBO의 정체는 무엇인가?

오심에서부터 선수협 요청사항 미온적 태도 등 '실망스러운 행보 가득'

2014-07-03 00:40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2014 브라질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일찌감치 본선무대 탈락의 고배를 마신 대한민국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세 경기 만에 끝난 지구촌 축제에 여러 국민의 실망이 대단한 듯싶다. 특히, 아무도 책임지려는 이들이 없는 상황에서 애꿎은 선수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인상은 쉽게 지울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대한축구협회는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는 행보만 보이고 있어 안타깝기까지 하다. 그런데 야구 역시 이에 예외일 수 없다. 유래 없는 타고 투저의 시대에 경기력 저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하루/이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프로야구의 수장 격인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 산하에 소속된 심판위원들의 잦은 오심으로 성난 팬심(心)이 그라운드에 표출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심판위원장이 일일이 더그아웃에 등장하여 오심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하려 든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 축구나 야구를 떠나 ‘행정’을 책임지는 이들이 중심을 잡지 못할 경우 질서가 흐트러진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다만, 그러한 사실을 행정 기관만 알지 못하거나 ‘모르는 체’하고 있을 뿐이다.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고치려고 하지 않는 점, 그것이 한국 (프로)스포츠계의 한계이자 현실인 셈이다.

전례가 없다며 ‘레전드’를 푸대접하는 풍토, 누가 만들었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자구책을 많이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프로야구 선수협의회는 노동조합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 않지만, 자체적인 협의를 통하여 발전적인 방향을 여러 차례 제시하기도 했다. 2014년 올스타전을 기하여 ‘한국 야구의 또 다른 레전드’, 박찬호의 은퇴식을 열어 주자는 논의도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됐다.

사실 박찬호의 국내 복귀는 많은 점을 시사해 줬다. 이미 전성기가 지나 선수로서는 큰 효용가치가 없었을지 모르지만, 그에 대한 지명권을 지니고 있는 한화는 섭섭지 않은 대우를 약속하면서 그의 국내 복귀를 위하여 동분서주 움직였다. 그리고 마침내 ‘박찬호 특별 규칙’ 제정을 통하여 그가 정식으로 국내 무대에 서게 되자 박찬호 본인도 한화에서 제시한 연봉과 계약금 전액을 기부하면서 ‘1류 선수에 대한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야구팬들도 그의 성적과 상관없이 그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았고, 그러한 팬들을 위해 박찬호는 최선을 다하여 경기에 임했다. 팬 서비스의 방법은 바로 이러한 형태로도 표출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팬들은 ‘선수 박찬호’의 마지막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2013시즌을 앞두고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은퇴를 선언했던 장소도 그라운드가 아닌 호텔 기자회견 장소였다. 메이저리그 동양인 최다승 투수는 그렇게 아쉬움만을 가득 안긴 채 은퇴식 없이 조용히 국내 무대를 떠나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배 선수들이 ‘한국 야구의 레전드’라 할 수 있는 박찬호의 은퇴식을 기획한다는 것은 상당히 획기적이면서도 ‘후배들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선수들의 생각에 팬들도 조건 없는 동의를 표하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상식적인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선수들의 생각을 전달받은 KBO는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며 ‘올스타전 박찬호 은퇴식’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가부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곧 승부를 떠나 선수와 팬들이 한자리에서 맘껏 즐기는 장소가 올스타전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을 무시한 처사라 할 수 있다. ‘더 많은 이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으로 ‘한국 야구의 레전드’를 초청하는 것만큼 더 좋은 흥행 카드가 없음에도 불구, KBO가 이러한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설령 그러한 의도가 아니었다 해도 선수들의 요청 사항에 대한 빠른 답변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렇게 ‘레전드에 대한 예우’에 대해 미온적인 KBO와는 달리, 메이저리그에서는 ‘사무국에서 권장하지 않아도’ 각 구단별로 스스로 지역 프랜차이즈 스타를 그라운드에 초청하는 행사를 자주 개최하고 있다. 그 중 LA 다저스는 ‘한국인의 날 행사’를 통하여 ‘왕년의 에이스’ 박찬호를 시구자로 내세웠고, 다시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옛 영웅을 향하여 LA 팬들은 진심 어린 경의를 표했다. 이러한 장면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다.

결론적으로 KBO는 메이저리그 일개 구단보다 못한 행정력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선수들 스스로 나서서 무엇인가 준비를 하고, 이를 팬들이 응원해 주고 있음에도 애써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 굳이 박찬호에 대한 은퇴식을 예로 들지 않아도 KBO가 언제 스스로 ‘한국 프로야구 레전드’에 대한 제대로 된 대접을 해 주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레전드에 대한 푸대접은 곧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대한 부정을 의미하는 법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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