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4(토)

야구

호국 보훈의 달, 그 속에 담긴 '예비역 병장 선수' 이야기

해병대부터 ‘충성클럽 관리병’까지, 사연도 다양

2014-06-18 20:30

▲현역병전역이후국내-외를넘나들며선수생활을했던NC정성기.사진│NC다이노스
▲현역병전역이후국내-외를넘나들며선수생활을했던NC정성기.사진│NC다이노스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난 18일,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스의 경기가 열린 인천 문학야구장에서는 경기 전, 중, 후로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일단, 경기 전에는 ‘인천 보훈지청’에서 제공하는 ‘나라사랑 큰 나무’ 배지를 입장 관중 2,000명에게 선착순으로 제공했다. 별것 아닐 수 있지만,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 대한 감사와 관심을 일깨우고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제작된 배지인 만큼,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깊은 셈이다. 또한, 인천지역 6.25참전 유공자 30명이 애국가를 제창함과 동시에 외야 관람석에서는 대형 태극기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시구 또한 남달랐는데, 육군 4863 첩보부대 유격대원 출신으로 6.25전쟁 당시 개성전투에 참전한 고융희(78)씨가 맡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경기 중 이닝 간 교체 타임에는 전광판을 통해 ‘호국보훈의 달’ 영상이 상영됐다. 이 모든 것이 6월 호국 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홈팀 SK가 마련한 ‘작고도 소중한’ 이벤트였다.

특히, 인천지역이라면 더욱 이러한 행사에 심혈을 기울일 만했다. 4년 전 갑작스럽게 발생했던 연평도 포격이나 연평해전 모두 인천광역시 관할 지역에서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6.25 전쟁이 끝난 지 6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6월을 ‘호국 보훈의 달’로 지정하고 기념하는 것은 아직 한반도가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휴전’ 상태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휴전의 터에서 상무와 경찰청 입대 기회까지 놓친 선수들은 ‘전방’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야구를 포기’해야 하는 수준에 이를 수 있지만, ‘군인 정신’으로 무장된 예비역 병장들의 활약을 볼 수 있는 곳 또한 그라운드인 셈이다.

해병대부터 ‘충성클럽 관리병’까지, 다양한 사연을 지닌 ‘예비역들의 이야기’

퓨쳐스리그 참여가 보장된 상무나 경찰야구단과 달리, 현역병은 2년간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없다. 그래서 병역의 의무를 마쳤다 해도 소속 구단에 정상적으로 복귀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해병대를 전역하고 나와 맹활약을 펼치는 이도 있고, 화천과 같은 전방 부대로 배치된 이후에도 꿈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몸을 만든 이들도 있었다.

한때 삼성 마운드에서 ‘필승조’ 역할을 했던 권오준(34)이 대표적인 ‘해병대 출신 예비역 병장’이다. 최근에는 잦은 부침을 겪고 있지만, 2003년 이후 10년간 삼성의 불펜을 지키며 29승 17패 23세이브 74홀드, 평균자책점 2.85를 마크했다. 삼진을 잡을 때마다 글러브에 손뼉을 치며 포효하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했다. 2012년을 끝으로 1군 기록은 없지만, 부상에서 회복만 한다면 다시금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불펜 자원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LG의 안방을 지키고 있는 포수 윤요섭, 그와 같은 팀 동료로서 퓨쳐스리그의 거포 유망주로 손꼽히는 외야수 유재호 등도 ‘해병대 출신’이다.


재미있는 것은 LG에 윤요섭과 함께 홈런을 칠 때마다 ‘경례 세레머니’를 하는 선수가 한 명 더 있다는 사실이다. 내야수 김용의(29)가 그 주인공. 그 역시 상무와 경찰 야구단 입대 시기를 놓쳐 현역병으로 근무했는데, 그가 배치된 곳은 다름 아닌 의장대였다. 소총을 방망이 삼아 ‘국군의 날’ 퍼포먼스를 연습했던 그는 전역 이후 백업 요원으로 꾸준히 1군 무대를 밟았고, 지난해에는 생애 첫 올스타에 선정되어 선제 홈런까지 기록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올해에도 내야를 종횡무진하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NC 다이노스 퓨쳐스리그에서 뛰고 있는 정성기(35)는 다소 특이한 군 복무 경력을 지니고 있다. 화천 모 부대에서 ‘충성클럽 관리병’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가운데 ‘언제든지 야구를 할 수 있는 몸’을 만들었던 그는 전역과 함께 미국으로 향하여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산하 싱글 A에 입단했다. 그리고 2007년에는 ‘싱글 A리그 올해의 투수상’을 받으며 한때 메이저리그 입성까지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이후 부침을 겪으며 다시 국내로 돌아왔고, 선수 공개 선발을 통하여 2012년에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으며 적지 않은 나이에도 ‘도전’을 선택했다.

이들 외에도 현재에도 전/후방에서, 혹은 ‘상근예비역’의 형태로 군 복무에 임하는 야구 선수들이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아예 장기 복무를 신청하여 직업 군인으로 진로를 바꾸는 경우도 있지만, 인고의 과정을 겪은 이들은 대부분 그라운드에 돌아와 흘린 땀에 비례한 결과를 얻고 있다. 그만큼 ‘야구 외에는 할 것이 없다.’라는 절박함을 군대에서 배우고 왔기 때문이다. 호국 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이러한 이들의 노력을 한 번쯤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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