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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549] 평행토스라고 말하는 이유

2021-11-10 08:02

국내배구에서는 볼을 설정한다는 의미인 국제용어 세트보다는 볼을 띄워준다는 뜻인 토스라는 말을 쓴다. 사진은 이번 시즌 프로여자배구 흥국생명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흥국생명 세터 박혜진이 토스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내배구에서는 볼을 설정한다는 의미인 국제용어 세트보다는 볼을 띄워준다는 뜻인 토스라는 말을 쓴다. 사진은 이번 시즌 프로여자배구 흥국생명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흥국생명 세터 박혜진이 토스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배구가 국제표준에 맞지 않는 용어를 가장 많이 쓰는 부분이 세터의 세트와 관련한 것이다. 뷸을 설정한다는 의미인 국제용어 세트(Set)를 토스(Toss)라고 말한다. 세트의 종류도 모두 토스라는 말을 붙여 사용하는데 오픈토스, 평행토스로 크게 분류해 말한다. 배구를 처음 배울 때 선수들이 익히는 기술의 하나인 토스라는 말을 쓰다보니 나중에 토스가 국제적으로 잘못 사용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도 쉽게 고치지 못한다. 토스와 관련한 용어는 일본배구에서 만든 말로 일본남녀배구가 세계 정상으로 위력을 떨쳤던 1960년대부터 국내배구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본 코너 455회 ‘토스(Toss)는 일본식 영어, 세트(Set)가 정확한 영어 표현이다’ 참조)

영어권 국가에서 세트는 크게 느린 세트(Slow Set), 두 번째 템포 세트(Second Tempo Set), 빠른 세트(Fast Set) 등으로 나눈다. 일본 배구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배구에서 오픈토스는 천천히 높게 올라가는 느린 세트에 해당하며, 평행토스는 빠른 세트에 가깝다.

오픈토스는 가장 기본적인 토스 기술이다. 평행토스는 오픈토스보다 좀 더 변화한 토스기술이다. 한 평면위의 두 직선이나 두 평면이 서로 만나지 않는 것을 뜻하는 평행이라는 말 그대로 평행토스는 안테나를 향해 직선을 그리며 빠르게 이어지는 토스를 가리킨다. 영어식 표현으로는 ‘Shoot Set’, ‘Go Ball Set’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평행토스는 스파이커가 파워보다는 속도와 타이밍이 필요할 때 시도한다. 양쪽 윙 공격수들이 빠른 공격이 필요할 때, 가운데로 상대 블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될 때 평행토스를 선택한다. 평행토스의 장점은 오픈 공격보다 빠르게 공격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블록이 따라가가기 쉽지 않고 토스의 속도를 이용해 스파이크의 위력을 끌어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타이밍이 늦어지면 상대 블로킹에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세터와 공격수간에 공조가 필요하며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세터는 공격수들의 선호도를 미리 파악해 스파이커의 타점에 맞도록 공을 잘 보내야 하는 것이다.

일본배구에선 평행토스를 오픈코스와 퀵토스 중간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퀵토스와 같이 빠르지 않으면서도 낮게 올리는 토스이기 때문이다. 퀵토스와 오픈토스를 구분해 속공이나 시간차 공격 등을 섞은 공격이 필요할 때 평행토스를 구사한다.

사실 세트나 토스 표기법에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각 국가마다 운동환경이 다르고 선호하는 기술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일부 영어권 국가등에선 세트를 명명할 때 두 자리 숫자체계로 분류하기도 한다. 첫 번쨰 자리는 횡축, 두 번째 자리는 종축을 나타내는데 횡축은 네트를 코트 횡측길이 9m를 좌우 9개 공간으로 나눈 뒤 가장 좌측부터 가장 우측까지 1부터 9까지 숫자를 붙인다. 종축은 네트의 백테 상단 끝을 기준으로 해 그 위로 매 1피트(0.3048m)마다 1을 더하는 방식으로 숫자를 매긴다. 예를들어 숫자 ‘10’은 왼쪽 사이드라인 1m 영역 안쪽에서 네트위 9피트(2.7432m)가 넘는 고도를 갖는 세트라는 의미이다. 우리 용어로는 오픈토스라고 할 수 있다. 또 평행토스는 숫자 ‘11’, ‘21’ 등 낮은 뒤자리수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세트 용어는 간편하며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국제표준용어가 어떻게 쓰이는가를 알고 사용하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해야 배구의 기술과 전술을 더욱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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