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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548] 영어 ‘식스팩(Six Pack)’으로 배우는 배구 용어

2021-11-09 12:50

KB손해보험 케이타의 고공 강타는 파괴력이 매우 높다. 상대 블로커들이 케이타의 강타를 정통으로 맞으면 상당한 충격을 느낄 수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KB손해보험 케이타의 고공 강타는 파괴력이 매우 높다. 상대 블로커들이 케이타의 강타를 정통으로 맞으면 상당한 충격을 느낄 수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영어 ‘식스팩(Six Pack)’은 겉으로 드러난 탄탄한 복부 근육을 뜻하는 말이다. 복근이 잘 발달하면 마치 한자어 ‘왕(王)’자와도 같은 모양의 근육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식스팩을 보고 ‘배에 왕(王)자가 새겨져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식스팩은 이런 빼어난 복근의 의미 말고도 맥주를 담은 병이나 깡통 6개들이 한 세트를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주로 맥주 6캔 묶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파생된 말로 주로 노동자 계층의 ‘평범한 미국인 남성’을 뜻하는 말로 ‘Joe Six-pack’이라는 말이 있다. 노동자들은 대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식스팩 맥주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가 맥주를 마시면서 TV를 보는 게 일상이기 때문이다.

배구에서 식스팩은 재미있는 속어로 사용한다. 블로킹 하는 선수가 상대 스파이크에 얼굴이나 머리를 맞았을 때를 식스팩이라고 말한다. 식스팩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강타에 안면을 맞으면 맥주 6팩을 마신 것과 같이 아찔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내 배구에서 식스팩과 같은 상황을 나타내는 말로는 “대낮에 별이 보인다”는 표현을 쓴다. 낮에 보이지 않는 별이 보일 정도로 순간적으로 정신이 어지러워진 모습을 나타낸 표현이다. 배구를 중계하는 TV 방송 캐스터와 해설자들은 강타에 맞는 블로커들을 보면 이런 표현들을 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공중으로 도약해 체중을 실어 내리꽂는 배구 스파이크는 남자의 경우 시속 130여 km로 총알같이 날아가며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다. 블로커들이 가슴으로부터 팔을 들어올리려다 공격수들의 강타가 얼굴에 꽂히면 큰 충격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강타를 맞은 얼굴 부위나 눈 주위가 시뻘겋게 달아오르거나 코피까지 흘리는 경우도 있다. 강하게 날아오는 공에 정통으로 맞으면 휘청거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

배구 경기에서 식스팩 상황은 수시로 발생한다. 가볍게 공이 몸에 맞는 것에서부터 얼굴에 정타를 맞는 것까지 다양한 상황이 벌어진다. 블로커들이 강타를 맞게 되는 것은 공이 날아가는 속도가 몸의 반응속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공을 9m의 코트에 꽂히기까지 불과 0.3초 밖에 걸리지 않는데 반해 몸이 순간적으로 움직이려면 0.33초가 걸리기 때문에 블로킹을 하는 수비진용에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현재 남자프로배구 정상급 공격수들인 케이타(KB손해보험), 알렉스(우리카드), 러셀(한국전력), 펠리페(OK금융그룹) 레오(삼성화재) 등 외국인 선수와 문성민 허수봉(이상 현대캐피탈), 임동혁(대한항공), 서재덕(한국전력) 등의 강타는 블로커들이 가장 두려워한다.

1980년대 국가대표 주공격수로 활약하기도 했던 문용관 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본부장은 “사람보다 공이 더 빠르다. 블로킹은 타이밍과 템포가 아주 중요한데 스냅놀림이 빠른 공격수들의 강타를 막다가 얼굴에 공이 맞으면 술에 취한 듯 정신이 얼얼해진다”며 “영어식 표현 식스팩은 이런 상황을 절묘하게 나타낸 말인 것 같다. 선수들의 기분을 잘 표현해주는 말이라고 생각된다‘며 말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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