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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노트]2위 자격 충분히 갖추었다--KT 돌풍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고졸 루키 소형준과 끝내기 달인 배정대가 상승세의 견인차 역할

2020-10-01 07:14

프로야구 막내구단인 KT 위즈의 기세가 심상찮다. KBO 리그를 호령하는 강팀들 사이에서 어느덧 2위 자리를 꿰찼다. 시즌 초반도 아니고 25게임밖에 남지 않은 막바지에 2위라니 ….

소형준은 2006년 류현진 이후 처음으로 고졸신인으로 첫 10승투수로 등극하면서 KT 상승세 주역이 되고 있다.
소형준은 2006년 류현진 이후 처음으로 고졸신인으로 첫 10승투수로 등극하면서 KT 상승세 주역이 되고 있다.
KT는 29일 대구 원정경기에서 삼성을 3-1로 누르고 키움에 반게임 뒤지고도 승률에서 1모가 앞서 단독 2위에 오르더니 이제는 키움을 3~4위전 진흙탕 싸움으로 몰아넣고 2위 자리를 굳힐 태세다. 올시즌 5강 후보로 지목되기에도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였던 KT의 수직상승은 그야말로 'KBO 리그 올해의 대박사건'이라고 할만하다.

KT는 올시즌을 힘들게 시작했다. 개막 3연전에서 롯데에 스윕패를 당했고 두산과 1승1패를 한 뒤 NC와의 3연전서 스윕패를 당하는 등 시작은 그야말로 미약하기 이를데 없었다. 시즌이 개막하고 한달 보름 가까이 지난 6월 14일에는 승리와 패배의 차이가 -9(13승22패)까지 차이가 났다. 당연히 7~8위를 오르내렸고 심지어 9위까지 떨어진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7월들어 승수(17승3패)를 보태기 시작하면서 7월 26일 6위, 8월 19일 5위, 9월 18일 3위, 그리고 열흘 뒤인 29일에는 2위까지 수직상승하면서 본격적으로 상위권 싸움의 한복판에 뛰어 들었다.

9월의 18승7패(승률 0.720), 최근 10게임에서는 7승3패의 상승세 덕분이다. 어느새 10월 1일 현재 68승50패1무로 승리와 패배의 차이는 +18로 변했다. 즉 6월 18일을 기준으로 하면 그동안 84게임에서 55승28패1무(승률 0.663)의 경이적인 승률을 올린 것이다.

이렇듯 KT가 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 발돋움한데는 여러가지 연유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졌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선발투수 가운데 이미 3명이 두자리 승수를 올렸고 정교함과 장타력을 함께 갖춘 외국인타자를 보유하고 있고 선발요원과 대체요원들의 실력차이가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엇비슷해 항상 비슷한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점을 들수 있다.

배정대는 9월에만 세차례 끝내기 안타를 날리는 등 공수에서 발군의 활약으로 프로 5년만에 커리어하이 시즌을 맞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배정대는 9월에만 세차례 끝내기 안타를 날리는 등 공수에서 발군의 활약으로 프로 5년만에 커리어하이 시즌을 맞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가운데서도 고졸 루키 소형준과 중견수 배정대의 활약은 빼놓을 수 없는 KT의 자랑거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이 고졸 신인으로 2006년 류현진(당시 한화)이후 14년만에 첫 두자리 승수(10승5패)를 올린 소형준은 두 외국인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15승7패), 윌리엄 쿠에바스(10승6패)와 함께 'KT 투수 왕국'을 열었다.

소형준은 6월에 4연패를 당한 적도 있었으나 7월 한달 동안 단 두차례만 등판하고 쉬면서 두 외국인투수들로부터 커터를 던지는 법을 배우면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해 그 뒤 무려 6연승을 하며 KT 상승세를 이끌었다. 특히 8월에는 5게임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챌점 1.57을 기록하며 고졸 신인으로 1983년 유두열(롯데)에 이어 역대 두번째 월간 최우수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직 약관에도 못미치는 소형준이 마운드에서 믿을 수 없는 모습을 보였다면 타자 중에서는 배정대의 모습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중견수를 맡으면서 좌우의 폭넓은 수비범위는 거의 한게임에서 1~2개씩씩의 장타를 막아내는 뛰어난 수비력을 보이는가 하면 리드오프로서도 만점을 주어도 모자랄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다. 프로 5년만에 처음으로 전 게임에 나서며 커리어하이 시즌은 당연한 결과였다.

배정대는 무엇보다 끝내기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지난 4일 SK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날린 것을 시작으로 18일 두산전에서는 연장 11회 끝내기 홈런을 날렸고 27일 LG전에서도 재역전승을 하는 끝내기안타를 터뜨리는 등 9월 한달동안에만 세차례 끝내기 주인공이 됐다. 이 덕분에 KT는 9월에 18승7패를 올리는 동안 9차례 역전승을 거두었고 이 가운데 6차례가 7회 이후의 역전승이었다.

물론 소형준과 배정대가 투타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이들만으로 KT의 달라진 모습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마운드에서는 팀에서 4번째 10승 투수를 바라보고 있는 배제성(8승4패)과 불펜에서 5승(2패27홀드)을 올리며 허리 역할을 든든히 해준 주권, 마무리 김재윤(4승3패19세이브)의 뒷받침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타자에서도 베테랑 황재균과 외국인타자로 KT의 새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멜 로하스 주니어, 강백호, 조용호, 장성우 등의 선발요원들이 KT의 새 역사 창조의 주역들이라면 심심찮게 홈런을 날리며 활력을 불어넣는 문상철과 허도환, 강민국 등 전문대타요원들의 활약은 그 공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조연들이다.

KT의 돌풍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2위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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