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손자병법] 21 백인천의 속전속결(速戰速決)

이신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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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4-2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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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손자병법] 21 백인천의 속전속결(速戰速決)

-전쟁은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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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치 않았다. 정동진 감독의 삼성은 의외로 강했다. 턱걸이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 같지 않았다. 3위 빙그레를 잡을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빙그레는 김영덕 감독의 거취문제로 적전분열을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삼성은 1차전에서 이만수의 홈런으로 이겼다. 2차전은 한용덕의 호투에 밀려 7회 2-4까지 끌려 다녔으나 9회 김용철의 동점 홈런과 이만수의 끝내기 홈런으로 5-4로 승리, 준플레이오프전을 순식간에 마감했다.

플레이오프전은 삼성이 늘 무섬증을 지니고 있는 김응용 감독의 해태. 이강철, 조계현, 김정수가 앞서고 선동열이 뒤를 받치고 있는 2위 해태를 이태일, 성준, 김상엽으로 맞서야 하는 상황이 무척 버거웠다.

그러나 삼성은 1, 2차전에서 모두 구원 등판한 선동열을 깨면서 승리를 쟁취했다. 1차전은 5회 김용국의 2점홈런이 기폭제가 되었고 2차전은 9회 김용철의 2점 동점홈런으로 따라잡은 후 연장 11회 승부를 마무리했다.

파죽의 5연승. 시즌 1위로 일찌감치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있던 LG 백인천 감독은 그런 삼성을 보면서 단숨에 승부를 내야한다고 생각했다. 1차전을 31세의 노련한 김용수로 기선을 잡은 후 2차전은 5년 만에 만개한 27세의 젊은 김태원으로 밀어붙이는 속전속결의 전략을 짰다.

1986년 입단한 김태원은 좋은 공을 가지고도 4년간 4승이 고작이었다. 백 감독은 김태원은 공 보다 멘탈이 문제임을 파악, 험하게 조련했다. 한두차례 고비를 넘긴 김태원은 1990년 18승을 올렸다.

1990년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 선발은 성준이었다. 투구 습성상 느린 편이었다. 포수는 볼 것 없이 이만수. 백인천 감독은 도루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는 이들 배터리를 보면서 기동성을 최대한 발휘하기로 했다.

1회 2득점을 올린 후 3회 선두타자 김재박이 안타로 진루하자 백인천 감독은 지체 없이 승부수를 던졌다. 김재박에게 도루 사인을 냈다. 삼성 배터리의 타임이라면 성공확률 80% 이상이고 성공하면 삼성을 제대로 흔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박은 여유있게 도루에 성공했다. 백 감독의 예상대로 그때부터 삼성은 무너졌다. 성준, 이만수의 배터리는 주자가 나가기만 하면 혼비백산, 안타를 내주거나 수비 실수를 연발하며 5점을 헌납했다. 3회 이미 7-0, 일찌감치 승부가 났다.

첫 판 대승으로 삼성의 예봉을 꺾은 백인천 감독은 2차전을 김태원의 완력으로 잡은 후 3차전까지 승리, 3연승을 거두었다. 이제 남은 건 1승이니 LG의 우승은 기정 사실처럼 보였다.

싱겁게 끝나게 된 한국시리즈. 그래서 3차전 후 몇몇 전문가들은 LG가 한박자 쉬어 갈지도 모른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백인천 감독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구단 내부에서도 대구 원정2연전을 1승1패 전략으로 간 후 홈구장에서 우승의 축배를 들자는 말이 나왔다. 그건 아니다. 전쟁 중엔 아주 작은 틈도 큰 허물이 될 수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채지 못해 당한 경우를 숱하게 봤다. 싸움을 할 땐 결코 물러서도 안 되고 여유 있다고 방심해서도 안 된다”

백인천 감독은 1차전 선발 김용수를 4차전에 올렸다. 김태원과 정삼흠도 대기시켰다. 선취점이 나면 바로 투입할 계산이었다. 그러면서 선수들에게도 ‘오늘 끝내자’고 했다. LG는 마치 첫 경기를 하듯 처음부터 삼성을 강하게 압박, 3회 선취점을 내며 한국시리즈를 4게임만에 마무리했다.

오자가 말했다.

다섯 번 싸워서 이기는 나라는 재난을 당할 것이고

네 번 싸워서 이기는 나라는 피폐할 것이고

세 번 싸워서 이기는 나라는 패자(霸者)가 되고

두 번 싸워서 이기는 나라는 왕자가 될 것이며

한 번 싸워서 이기는 나라는 제왕이 될 것이다. 싸움은 하지 않는 것이 최상책이지만 부득불 싸워야 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끝내야 한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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