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2(월)

골프

‘침묵의 암살자’가 돌아왔다…리우에서 빛나는 박인비의 명품 멘털

2016-08-19 07:19

▲박인비가리우연습라운드에서홀인원을기록하고포즈를취했다.사진=박인비SNS
▲박인비가리우연습라운드에서홀인원을기록하고포즈를취했다.사진=박인비SNS
[마니아리포트 이은경 기자] 박인비(28, KB금융그룹)의 ‘명품 멘털’이 빛나고 있다.

박인비는 19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코스(파71, 6245야드)에서 끝난 리우올림픽 여자 골프 2라운드에서 중간합계 10언더파를 기록,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박인비의 이런 성적은 놀라움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그는 왼손 엄지 부상으로 올 시즌 내내고생했다. 손가락 통증으로 인해 기권하는 대회가 잦았고, 컷탈락한 대회도 많았다. 불과 10여 일 전, 국내 대회인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도 컷탈락했다.

박인비는 두 달 여 정도 실전에 나서지 않은 채 쉬고 있다가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 나섰는데, 당시 모습은 전혀 박인비 같지 않았다. 박인비는 호쾌한 장타자는 아니지만 정교한 샷으로 공을 핀 가까이에 붙여서 버디 기회를 매우 자주 만드는 스타일이었다. 여기에 전매특허인 퍼트 감각까지 더해져 세계 골프 ‘여왕’의 자리에 올라갔다. 지난주 대회에선 이처럼 날카로운 박인비 특유의 샷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제주 현장에서 박인비를 지켜본 취재진은 “박인비가 고전하고 있는데도, 전혀 심리적으로 초조해 하는 느낌이 없고 여유롭더라”고 전했다. 박인비는 올림픽 직전 실전 경험을 위해 참가한 대회에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체크하는 것만으로도 얻은 게 있다는 듯한 여유를 보여줬다.

그리고 지난 17일 오후(한국시간) 시작한 리우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박인비는 놀라운 집중력을 자랑했다. 첫날 5타, 둘째 날 또 5타를 줄여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한때 올림픽 출전을 포기할지 고민했던 선수라고는 믿을 수 없는 성적이다.

리우올림픽 여자 골프는 1900년 파리올림픽 이후 116년 만에 올림픽 본선에 여자 골프가 돌아온 무대다. 앞서 열린 남자 골프에서는 상위 랭커들이 줄줄이 불참해 김이 빠졌다면, 여자 골프는 반대로 톱랭커들이 모두 참가한다. 오히려 한국의 경우, 치열한 티켓 경쟁 끝에 4명만이 올림픽 출전을 이뤄냈다.

이처럼 라운드 초반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다 보니 선수들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인비는 전혀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플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박인비는 유순해 보이는 얼굴인데도 미국 언론은 그를 가리켜 ‘사일런트 어새신(침묵의 암살자)’이라고 부른다. 플레이 중에 표정변화가 거의 없고, 돌부처처럼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서 붙은 별명이다.
부상으로 인해 두 달 넘게 고전을 거듭했던 선수가 가장 큰 무대이자 부담과 긴장이 배가되는 무대인 올림픽에서 단숨에 자신의 이전 기량을 되찾고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건, 실력을 떠나 정신적인 부분에서 경이로운 수준이다.

박인비가 만약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다면, 골프 최초로 ‘커리어 골든슬램’을 달성한다. 이미 메이저대회 4개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박인비는 이번 리우올림픽 여자 골프 참가자 중 유일하게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고, 메이저 우승 트로피는 7개나 된다.

박인비는 대회 전 “나는 지금까지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던 지난해 브리티시 여자오픈 때도 허리 부상으로 통증이 심했다”고 했다. “이제 더 이상 손가락 부상에 대한 질문은 그만해 달라”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가 2라운드 단독 선두가 되자 “난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며 웃었다. 박인비는 자신이 큰 대회에서 왜 강한 지를 리우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은경 기자 kyo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