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3월 18일 제55회 동아마라톤대회 모습. 필자(배번 13번)가 참가했던 대회다. [사진 제공= 김원식]](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9160714570735605e8e941087118222121234.jpg&nmt=19)
큰 경기를 앞둔 선수의 하루는 평소와 다르다. 잠을 제대로 잤는지, 몸에 불편한 곳은 없는지, 식사는 잘했는지 하나하나 신경을 쓰게 된다. 출발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긴장감도 커진다. 선수 시절 나 역시 경기 전 식사 시간을 조절하고 몸을 풀며 레이스를 준비했다. 출발 전에는 커피 한 잔을 마시기도 했다. 지금처럼 운동선수를 위한 다양한 영양제와 스포츠음료가 많지 않았던 시절이라 큰 경기를 앞두고는 무엇 하나라도 더 챙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때 챙겨 먹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아로나민 골드였다. 경기 전 두 알을 먹으며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물론 그것이 기록을 만들어준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 준비한 경기를 앞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나라도 더 하고 싶었던 선수의 마음이었다.
출발선에 서면 결국 모든 준비가 끝난다. 총성이 울리는 순간부터는 오직 자신의 몸으로 42.195㎞를 달려야 한다. 내가 선수로 뛰던 시절의 마라톤 환경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훈련 장비와 경기 준비 방법도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고, 선수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도 많지 않았다. 자신의 몸 상태를 직접 느끼고 오랜 경험을 통해 훈련 방법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마라톤의 기본은 변하지 않았다. 초반에 욕심을 부리면 후반에 어려움을 겪고, 훈련이 부족하면 30㎞ 이후 몸이 먼저 그 사실을 알려준다. 결국 기록은 경기 당일의 요령보다 평소 얼마나 성실하게 훈련했느냐에 달려 있다. 1984년 LA 올림픽을 비롯해 여러 국제대회의 출발선에 섰던 나에게도 가장 중요한 것은 매일의 훈련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기록만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니다. 경기 전의 긴장감, 출발을 기다리던 순간, 함께 뛰었던 선수들의 모습과 경기장에 감돌던 분위기까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한국 마라톤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선수들의 훈련 환경은 좋아졌고 과학적인 훈련 방법도 발전했다. 장비와 경기 준비 방식 역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무대를 앞둔 선수들이 느끼는 마음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잘 달리고 싶다는 마음, 자신이 준비한 만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리고 싶다는 마음이다.
이제 출발선에 서는 것은 내가 아니라 후배 선수들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무엇보다 자신의 훈련을 믿었으면 한다고 말하고 싶다. 경기 당일에는 다른 선수나 기록에 흔들리기보다 자신이 준비한 페이스를 끝까지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돌이켜보면 선수 시절 경기 전에 챙겼던 '아로나민 골드' 두 알도 하나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것이 42.195㎞를 대신 달려준 것은 아니다. 결국 나를 결승선까지 데려간 것은 매일 반복했던 훈련과 나의 두 다리였다. 하지만 출발선 앞에서 작은 것 하나까지 챙기며 마음을 다잡았던 그 시절의 모습은 지금도 선명하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 마라톤 선수들은 다시 출발선에 선다. 1984년 LA 올림픽 출발선에 섰던 나도 이제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위치에 섰다. 선수도, 시대도, 기록도 달라졌지만 42.195㎞ 앞에서 느끼는 긴장과 설렘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총성이 울리면 선수들은 자신이 준비한 만큼 달리게 된다. 그리고 이번 아시안게임의 42.195㎞ 역시 언젠가는 선수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한 편의 마라톤이 될 것이다.
![[특별 기고] 다시 출발선에 서는 한국 마라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9160715240349805e8e941087118222121234.jpg&nmt=19)
[김원식 마라톤 해설가·전남 장성중 교사]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