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한화는 9회말 터진 노시환의 데뷔 첫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3대2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었다. 이 승리는 한화가 자랑하는 4번 강백호와 5번 노시환의 좌우 거포 라인업이 상대 투수진에게 얼마나 끔찍한 악몽을 선사하는지 똑똑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당시 9회말 2사 1, 2루에서 두산 베어스 벤치는 마운드 위의 우완 이영하와 타석의 좌타자 강백호의 상성을 고려해 고의4구라는 작전을 선택했다. 5월 월간 MVP를 수상하는 등 한화 이적 후 절정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는 강백호를 피하고, 뒤이어 나오는 우타자 노시환과 승부해 이닝을 끝내겠다는 확률 기반의 합리적인 계산이었다.
하지만 이 선택은 한화 중심 타선이 가진 진짜 무서움, 이른바 탈출구 없는 '지옥의 이지선다'를 발동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자신을 무시하고 앞 타자를 거른 두산 벤치의 선택에 자존심이 자극된 노시환은 집중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초구 슬라이더에 큰 헛스윙을 하며 카운트가 몰리는 듯했으나, 곧바로 공의 궤적을 읽어내고 몸쪽 낮게 제구된 실투성 공을 완벽하게 받아쳐 좌중간을 가르는 끝내기 안타를 작렬시켰다.
과거 한화의 약점은 거포 노시환 한 명에게만 견제가 집중되면 타선 전체가 식어버린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리그 최고 수준의 타격을 자랑하는 강백호가 4번에서 버텨주면서 상대 팀은 둘 중 누구도 쉽게 피해 갈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강백호를 잡으려 전력 투구를 하자니 장타 위험이 너무 크고, 강백호를 거르자니 뒤에서 이를 갈고 있는 또 다른 해결사 노시환을 만나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노시환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강백호가 4번에서 너무 잘해주고 있어 뒤에 있는 5번 타석이 심리적으로 훨씬 편하다며 동료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 공포의 듀오가 제대로 가동되는 한, 올 시즌 한화를 상대하는 모든 구단의 마운드는 매 순간 지옥 같은 선택을 강요받을 것으로 보인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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