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06(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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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76] 당구에서 왜 ‘쓰리쿠션(three cushion)’이라 말할까

2026-05-06 07:22

올해 프로당구 큐스쿨 경기가 열린 일산 PBA스타디움[PBA 제공]
올해 프로당구 큐스쿨 경기가 열린 일산 PBA스타디움[PBA 제공]
당구장에서 가장 큰 매력을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주저 없이 ‘쓰리쿠션(three cushion)’’을 떠올린다. 이 말에는 단순히 공을 맞히는 것을 넘어, 계산과 감각, 그리고 예술적 궤적이 공존한다. 쓰리쿠션이라는 말의 어원을 따라가 보면, 당구가 어떻게 단순한 오락에서 고도의 스포츠로 진화했는지 엿볼 수 있다

쓰리쿠션은 영어 ‘three cushion’을 그대로 소리 나는 대로 옮긴 외래어다 이 단어는 세 번을 의미하는 ‘three’와 당구대 고무 벽을 의미하는 ‘cushion’이 합쳐진 용어로, 말 그대로 ‘공이 세 번 이상 쿠션에 맞아야 한다’는 규칙에서 유래했다.

쓰리쿠션은 말 그대로 ‘세 번의 쿠션’을 의미한다. 흰 공를 쳐서 두 개의 목적구를 맞히되, 그 사이에 반드시 세 번 이상 쿠션에 닿게 해야 점수를 인정받는 것이다. 이 규칙은 당구의 난이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단순한 직선적 사고를 넘어선 공간 지각 능력을 요구한다.

이 명칭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 유럽과 미국에서다. 당시 당구는 이미 다양한 변형 종목으로 분화되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캐롬(carom) 당구’는 포켓 없이 공과 공의 충돌만으로 점수를 내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숙련자들이 지나치게 쉽게 득점을 이어가는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점점 더 까다로운 규칙이 도입되었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바로 쓰리쿠션이다.

초기에는 ‘원 쿠션’, ‘투 쿠션’ 같은 방식도 실험되었지만, 세 번의 쿠션을 요구하는 규칙이 가장 균형 잡힌 난이도와 흥미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정착되었다. 이때부터 ‘Three Cushion Billiards’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한국에서는 이를 그대로 음역한 쓰리쿠션이라는 표현이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 쓰리쿠션이라는 용어가 언제부터 사용했는지는 딱 떨어지는 기록은 많지 않다. 하지만 흐름은 비교적 분명하다. 먼저 당구 자체는 20세기 초, 특히 일제강점기 시기부터 한반도에 들어왔다. 이때는 일본을 통해 유입되었기 때문에 용어도 일본식 표현이나 한자어가 혼용되던 시기였다. 이후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미군 문화의 영향이 커지면서 영어식 표현들이 점차 확산됐고, 당구 용어도 자연스럽게 영어 기반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본 코너 1771회 ‘‘ 빌리어드(billiards)’를 왜 ‘당구’라고 부를까‘ 참조)

쓰리쿠션(three cushion billiards)이라는 말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시기는 대체로 1960~70년대 이후로 본다. 이 시기에는 국제 규칙이 도입되고, 선수층과 동호인 문화가 성장하며, 당구장이 대중적인 여가 공간으로 확산되면서 종목 구분이 필요해졌고, 그 과정에서 영어 명칭을 그대로 음역한 쓰리쿠션이 널리 쓰이게 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 단어가 단순한 규칙 설명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상징으로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쓰리쿠션은 계산과 직관의 조화, 실패와 재도전의 반복이라는 스포츠의 본질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 번의 샷을 위해 수십 가지 경로를 머릿속에 그려보고, 미세한 각도와 힘의 차이를 조절하는 과정은 마치 물리학 실험이나 예술 창작에 가깝다.

한국에서 쓰리쿠션은 특히 독보적인 위상을 갖는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다수 배출되었고, 동네 당구장에서도 자연스럽게 이 종목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쓰리쿠션이라는 외래어가 전혀 낯설지 않게 들리는 이유도, 그만큼 오랜 시간 생활 속에 녹아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쓰리쿠션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규칙의 설명이 아니다. 그것은 당구가 추구해온 난이도의 진화이자, 인간의 도전 본능을 자극하는 장치다. 세 번의 쿠션을 돌아 목표에 도달하는 공의 궤적처럼, 이 종목의 역사 또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형태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여정 자체가 바로 쓰리쿠션의 진정한 매력일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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