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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71] ‘ 빌리어드(billiards)’를 왜 ‘당구’라고 부를까

2026-05-01 08:43

 일산 PBA(프로당구) 스타디움 [PBA 제공]
일산 PBA(프로당구) 스타디움 [PBA 제공]
‘ 빌리어드’는 영어 ‘billiards’를 옮긴 음차어이다. 우리말로는 한자어로 ‘당구(撞球)’라고 말한다. ‘칠 당(撞)’, ‘공 구(球)’자를 써 ‘공을 친다’는 뜻이다. 당구는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진 말이라기보다, 일본을 거쳐 자리 잡은 번역어이다.

billiards는 영어 같지만, 실제 뿌리는 프랑스어에 있다. 어원을 따라가 보면 이 게임의 초기 형태와 도구까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설은 프랑스어 ‘billard’에서 왔다는 것이다. 이 단어는 원래 ‘막대기’ 또는 ‘곤봉’을 뜻하는 ‘bille’에서 파생된 말이다. 초기의 빌리어드는 지금처럼 큐로 치는 방식이 아니라, 공을 막대기로 밀거나 쳐서 움직이는 형태였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본다.

또 다른 설은 역시 프랑스어 bille가 ‘작은 공(ball)’을 의미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즉 ‘공을 가지고 하는 놀이’라는 의미에서 ‘billard’가 형성되었고, 이것이 영어로 들어오면서 billiards라는 복수형 형태로 굳어졌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영어에서 ‘-s’가 붙은 형태는 게임이나 스포츠 이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다.

당구는 19세기 말~20세기 초, 일본이 서양 스포츠를 적극적으로 번역하면서 한자어로 사용했다. 이 용어가 그대로 한국에 유입되어 정착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당시에는 외래어를 음역하기보다, 의미를 풀어서 한자로 번역하고, 이를 지식어·공식 용어처럼 사용하는 방식이 흔했다. 비슷한 사례로 ‘야구(野球)’, ‘농구(籠球)’, ‘축구(蹴球)’, ‘배구(排球)’ 등의 명칭이 함께 만들어졌다. (본 코너 3회 ‘‘야구(野球)’는 낭만적인 문학적 표현이다‘, 8회 ’축구는 왜 영어에서 ‘football'과 ’soccer'로 나눠 부를까?‘, 352회 ’왜 농구(籠球)라고 말할까‘, 454회 ’왜 ‘Volleyball’을 '배구(排球)라고 말할까‘ 참조)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당구라는 말을 썼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25년 1월21일자 ‘당구선수권(撞球選手權)’ 기사는 ‘일본당구선수영목구길씨(日本撞球選手鈴木龜吉氏)는 재작년미국(再昨年米國)에서『포스가트라』등(等)의 일류선수(一流選手)를 익이고 금반(今般)에『마크안델스』씨(氏)를 격파(擊破)하야 수(遂)히『주니아』선수권(選手權)을 획득(獲得)하얏슴으로 내삼월(來三月)에 미국시가고(米國市伽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쟁패전(世界選手權爭覇戰)에서 십년(十年)동안 사계(斯界)의 패권(霸權)을 잡은『폼페』씨(氏)만 익이면 그때는 세계(世界)의선수권(選手權)을 엇을터이라고(동경발전(東京發電))’라고 전했다.

당구라는 말은 단순한 번역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서양 스포츠가 동아시아를 거쳐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는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언어가 어떻게 변형되고 적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역사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이 한 단어 안에는, 문화의 이동과 언어의 선택이 켜켜이 쌓여 있다.

빌리어드가 다소 고급스럽고 서구적인 느낌을 준다면, 당구는 훨씬 생활 밀착형이고 친근하다. 골목의 작은 당구장에서 들려오는 공 부딪히는 소리, 친구들과의 가벼운 내기 한 판 같은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언어는 단순한 명칭을 넘어, 그 문화의 온도와 분위기까지 담아내는 그릇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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