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72] 왜 ‘당구장 표시’라고 말할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5020725490740605e8e9410871751248331.jpg&nmt=19)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어떤 부분을 강조하거나 덧붙일 때 자연스럽게 “여기 당구장 표시 해주세요”라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이 표현은 어떻게 생겨났고, 왜 하필 ‘당구장’일까?
원래 당구장 표시는 당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부호 '※'의 정식 명칭은 '참고표(參考標)'이다. 영어로는 'reference mark'이다. '다음 내용을 참고(또는 참조)하라'는 뜻의 문장 부호를 의미한다. 본문에다 주석을 달거나 주목하라는 의미에서 그 앞쪽에 붙인다.
이 부호는 당구장 간판과 비슷하다고 해서 당구장 표시라고 말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구장 표시라는 표현이 정확히 언제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공식 기록은 없다. 다만 언어 사용 흐름과 문화적 배경을 보면 대략적인 시기는 추정할 수 있다. 우선 이 표현이 자리 잡은 시기는 1970~90년대 사이로 보는 견해가 많다. 그 이유는 이 시기가 한국에서 당구장이 크게 유행하던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당구장이 동네 오락 공간으로 급증했고, 간판도 글자 중심에서 그림(아이콘)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 결과,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X자 모양 큐 2개 + 공 여러 개’ 도안이 표준처럼 퍼지게 됐다.
일본에서는 '米(쌀 미)'자와 비슷하게 보고서 '쌀 표시'라고 한다. 일본어로는 '고메지루시(こめじるし·米印)'이다. 이런 이유로 일본 쌀집 간판에는 이 기호를 붙인 곳을 더러 볼 수 있다. 따라서 서양보다 한국과 일본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참고 표시부호로는 '※' 말고도 부호 '*'도 사용한다. 서양에서는 '※' 부호로 주석을 붙일 때 별도의 공간(주로 하단)에 표시하지만 '*'는 본문에 이어붙인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표현이 일종의 ‘생활 속 비공식 용어’라는 사실이다. 공식적인 문서나 교과서에서는 레퍼런스 마크라는 공식적인 표현을 사용하지만, 일상에서는 훨씬 직관적인 ‘당구장 표시’가 더 널리 쓰인다. 이는 언어가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느냐에 따라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이 표현에는 한국적 생활 문화의 흔적이 담겨 있다. 한때 당구장은 단순한 오락 공간을 넘어, 친구와의 만남과 소통의 장소였다. 그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접한 시각적 경험이 언어로 굳어졌다는 점에서, 당구장 표시는 단순한 표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일상의 풍경이 언어를 만들고, 그 언어가 다시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하나의 문화가 되는 셈이다.
결국 당구장 표시라는 말은 정확한 용어는 아닐지라도, 우리 삶의 기억과 경험이 녹아든 살아 있는 표현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도 무심코 사용하는 이 말을 통해, 사라져 가는 아날로그 시절의 한 장면을 계속해서 되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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