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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68] 민속씨름 지도자는 왜 ‘한복’을 입을까

2026-04-28 06:58

 2022 추석민속씨름대회에서 백두장사에 오른 장성우(가운데)와 한복 차림의 김기태 영암씨름단 감독(왼쪽)
2022 추석민속씨름대회에서 백두장사에 오른 장성우(가운데)와 한복 차림의 김기태 영암씨름단 감독(왼쪽)
민속씨름대회에서 지도자들이 단정한 ‘한복(韓服)’ 차림으로 모래판 옆에서 선수들을 이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른 스포츠 종목 지도자들은 경기 중에 ‘양복(洋服)’이나 선수들과 비슷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오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차이는 종목의 성격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본 코너 1764회 ‘왜 씨름은 ‘프로’ 대신 ‘민속’이라 말을 쓸까‘ 참조)

씨름은 다른 현대 스포츠와 달리 경기 자체가 전통문화의 일부다. 단순히 기록을 겨루는 종목이 아니라, 명절·지역 축제·민속 행사와 긴밀히 연결되어 발전해왔다. 그래서 선수의 샅바, 모래판, 그리고 지도자의 한복까지 모두가 하나의 ‘연출된 문화 장면’을 구성한다. 반면 축구나 농구는 글로벌 규칙과 산업 구조 속에서 발전한 스포츠라, 기능성과 효율성이 복장의 기준이 된다. (본 코너 1751회 ‘왜 '씨름'이라 말할까’, 1752회 ‘왜 ‘샅바’라고 말할까‘, 1755회 ’왜 ‘모래판’이라 말할까‘, 1761회 ‘‘씨름’과 ‘스모’의 어원을 비교해보면‘ 참조)

한복이라는 말은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韓)’과 ‘복(服)’이 결합된 형태다. 먼저 한(韓)은 한국, 즉 한민족과 그 문화를 가리키는 말이다. 여기서의 ‘한’은 고대의 삼한(마한·진한·변한)에서 유래해 오늘날 국가와 민족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이어졌다.

복(服)은 옷이나 의복을 뜻하는 한자어로, 사람이 입는 모든 복식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한복은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한국인의 옷’, 혹은 ‘한국 전통 의복’이라는 의미가 된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한복이라는 용어 자체가 아주 오래전부터 일상적으로 쓰이던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그냥 ‘옷’ 또는 상황에 따라 ‘의복’이라 불렀고, 특별히 한복이라고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 실제로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보면 한복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 표현은 근대 이후 서양식 복장(양복)이 들어오면서 생겨난 상대적 개념이다. 즉, 외래 복식과 구별하기 위해 ‘우리 옷’을 지칭하는 이름으로 ‘한복’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 한복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31년 1월10일자 ‘간도(間島)의사적고찰(史的考察) 고구려(高句麗),발해(渤海),고려(高麗),이조(李朝)의변천(變遷) (십(十))’ 기사에 ‘간도조선인(間島朝鮮人)들은 이것을 천재일우(千載一遇)의 호기(好機)로 알고 청복(淸服)을 벗고 한복(韓服)을 밧과입으며 노국관리(露國官吏)의 보호(保護)로 청관(淸官)의 학대(虐待)로부터 버서나려하엿다’고 전했다. 당시 기사에서 이미 한복(韓服)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는 점이 중요하다. 이 사례는 한복이라는 용어가 근대에 들어 정착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자료다.

한복이라는 단어에는 단순한 의복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것은 외부 문화와의 접촉 속에서 형성된 정체성의 표현이자, ‘우리 것’을 구분하고 지키려는 언어적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종목의 감독은 전술가이자 팀 매니저의 성격이 강하다면, 씨름 지도자는 전통을 계승하고 상징하는 존재에 가깝다. 그래서 운동복보다는 의례적이고 상징적인 복장이 더 어울리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인 논쟁도 있다. 씨름 역시 프로화·방송화가 진행되면서 “지도자도 기능성 복장을 입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꾸준히 나온다. 실제로 일부 대회에서는 보다 간소화된 복장이 등장하기도 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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