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 용어사전에 따르면 원래 Knock out은 두드린다는 의미인 동사 ‘knock’와 밖이라는 의미인 부사 ‘out’의 합성어이다. 신체적 타격으로 갑자기 의식이 상실된다는 뜻이다. 1887년부터 복싱 용어로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이 말의 약자인 ‘KO’는 1920년대부터 등장했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일제강점기때부터 ‘KO’라는 말을 썼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의하면 조선일보 1931년 10월25일자 ‘확정(確定)된각급선수(各級選手)’ 기사는 ‘【결승전(决勝戰)】김홍낙(金鴻洛)(양지(養止))——박만호(朴萬浩)(일대(日大)) 결과 김홍승(結果金鴻勝)(KO)’라고 전했다. 조선체육회 주최와 조선일보 후원의 ‘제일회전조선 아마추어권투선수권대회’에서 일본대학의 김홍승이 KO승으로 우승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본 코너 1292회 ‘복싱에서 왜 ‘KO’라고 말할까‘ 참조)
북한에선 KO를 ‘눕혀이기기’라고 부른다. KO의 본질은 상대를 쓰러뜨려 승리한다는 KO의 의미를 그대로 풀어 쓴 말이다. 영어 약어가 전달하지 못하는 ‘행동의 이미지’를 한 번에 보여주는 셈이다.
북한이 KO를 그대로 쓰지 않는 이유는 비교적 분명하다. 외래어, 특히 영어 중심 용어를 가능한 한 배제하고, 의미가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우리말로 바꾸려는 정책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 체육계에서는 ‘스파이크’를 ‘강타’, ‘서브’를 ‘넣기’처럼 바꾸는 사례가 흔하다. 이는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지향하는 교육 철학과 연결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눕혀이기기’는 매우 직설적이고 기능적인 표현이다.
북한의 언어 체계는 ‘개념 중심’이 아니라 ‘동작 중심’으로 구성되는 경향이 있다. 남한에서 KO는 규칙과 결과를 상징하는 용어라면, 북한의 눕혀이기기는 실제 경기 장면—상대를 넘어뜨리는 행위—를 중심으로 표현한다. 이런 차이는 언어를 통해 사고하는 방식의 차이를 반영한다.
더 넓게 보면, 이는 단순한 스포츠 용어 문제가 아니라 정치·문화적 선택과도 연결된다. 북한은 외래어를 받아들일 때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자신들의 언어 체계와 이념에 맞게 재구성하는 경향이 강하다. 예컨대 ‘마라톤’을 ‘마라손’이라고 부르는 것도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 체계를 참고하거나, 발음과 규칙성을 고려해 변형한 사례다. (본 코너 1711회 ‘북한에서 '마라톤'을 '마라손'이라 부르는 이유’ 참조)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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