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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36] 북한에서 ‘소총’을 ‘보총’이라 말할까

2026-03-27 07:24

 북한 노동당 간부들이 저격총으로 사격 연습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 노동당 간부들이 저격총으로 사격 연습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소총’은 일본식 한자어이다. 영어 ‘rifle’을 번역한 말로 한자로 ‘작을 소(小)’와 ‘총 총(銃)’자를 쓴다. 일본 에도 시대부터 쓰기 시작했다. 도쿠가와 막부 당시, 대포(大砲) 등과 같은 ‘대총(大銃 )’과 구별해 사람이 들고 다닐만큼 작은 총이란 의미로 소총이라 불렀다고 한다. (본 코너 1212회 ‘왜 ‘총’이라 말할까‘ 참조)
조선시대에는 소총과 비슷한 한자어로 휴대용 소화기라는 뜻으로 ‘소총통(小銃筒)’이라는 말을 썼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소총통’이라는 말은 선조실록과 고종실록 등에 8회 검색된다.

소총의 영어 명칭인 ‘라이플(Rifle)’은 본래 총신(銃身)·포신(砲身) 내부에 나선형으로 판 홈인 ‘강선’을 말한다. ‘속빌 강(腔)’과 ‘줄 선(線)’자를 쓰는 강선은 과거 활강총이 대세이던 시절, 총열에 강선을 판 특수 총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기술 발전에 따라 라이플이 주력이 되어 활강총을 밀어내자 소총 전반을 일컫는 용어가 됐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의하면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군사용어로 소총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조선일보 1920년 6월30일자 ‘溝泥中(구이중)에셔 小銃彈藥(소총탄약) 百五十(백오십)개습득’ 기사는 ‘고양군룡강면동만박□리사백칠십칠(四百七十七)번디 차부(김쥬성)은재작이십팔(二十八)일오전 십(十)시삼십(三十)분경에경셩부쳔업정삼(三)졍목팔십(八十)번디압련못물 나려가난개쳔에셔(쇼총탄약)일백오십(一百五十)개가 들어나잇심을발견하고 곳쇼관파츌쇼에게쥴하얏난대 이것은 엇던자이바린것인지―지금됴사즁이라더라’고 보도했다. (본 코너 1216회 ‘왜 ‘소총’이라 말할까‘ 참조)
북한에선 소총 대신 ‘보총(步銃)’이라 부른다. ‘보총’은 한자어로 ‘보(步)’는 보병, 즉 걸어서 싸우는 병사를 의미하고 ‘총(銃)’은 화기를 뜻한다. 직역하면 ‘보병이 사용하는 총’, 즉 개인화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실제로 북한에서 사용하는 ‘98식 보총’ 같은 표현도 이런 의미를 그대로 반영하며, 보총은 “보병이 휴대한 소총”이라는 사전적 의미로 설명된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인민군 장병들은 현대적인 보총과 전투기술기재들을 능숙히 다루며 실전과 같은 훈련에서 높은 명중률을 보장하였다”고 보도한다.


문제는 왜 남한은 ‘소총’, 북한은 ‘보총’이 되었느냐는 점이다. 이는 해방 이후 남북한의 언어 표준화 과정에서 갈라진 선택의 결과다. 남한은 일본식 군사용어와 서구 군사 개념의 영향을 받아 소총이라는 번역어를 채택했다. 반면 북한은 항일무장투쟁과 소련식 군사 체계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면서, ‘보병 중심 전투’를 강조하는 개념어인 ‘보총’을 유지하거나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여기에는 이념적 배경도 작용한다. 북한의 군사 사상은 전통적으로 보병 중심, 대중 중심의 전쟁관을 강조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보총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무기 명칭을 넘어 “인민군 보병의 기본 무장”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다시 말해, 무기의 종류보다 그것을 사용하는 계급(보병)에 초점을 맞춘 용어인 셈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북한의 언어 정책이다. 북한은 외래어와 일본식 표현을 줄이고, 한자어라도 의미가 직관적인 표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소총은 크기를 기준으로 한 분류어인 반면, 보총은 사용 주체가 드러나는 기능적 명칭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식 용어 체계에 더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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