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여자 자유형 100m 예선에 출전한 북한 박미성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3140600550313705e8e9410871751248331.jpg&nmt=19)
필립 턴은 특히 자유형과 배영 경기에서 사용되는 기술로, 벽에 손을 대고 돌아 나오는 ‘오픈 턴(open turn)’보다 빠르기 때문에 기록 단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기술은 1950년대 미국 수영계에서 자유형 기록을 줄이기 위해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이후 국제수영연맹 규칙에 맞는 표준 턴 기술로 자리 잡았고 한국도 이를 받아들였다. 우리나라에서 플립 턴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시기는 대체로 1970년대 후반~1980년대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유는 한국 수영이 국제 경기 규칙과 훈련법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1960~70년대 초기 수영 지도에서는 ‘공중돌기 턴’, ‘회전 턴’, ‘뒤집기 턴’ 등의 표현으로 썼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영어 표현이 더 간단해 결국 *플립 턴이 표준처럼 자리 잡았다.
북한에서는 플립 턴을 ‘재빨리돌기’라고 표현한다. 플립이 지닌 ‘휙 뒤집는다’는 의미와 턴의 ‘방향을 바꾼다’는 뜻을 풀어 설명한 것이다. 다시 말해 몸을 빠르게 돌려 방향을 바꾼다는 기술의 핵심을 우리말로 직관적으로 옮긴 표현이다. 용어만 들어도 어떤 동작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도록 만든 셈이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북한 스포츠 용어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영어를 음역해 사용하는 대신 동작의 모양과 기능을 설명하는 말을 선택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남한의 ‘스트로크’는 ‘팔젓기’가 되고, ‘킥’은 ‘발차기’가 된다. 외래어보다 의미 전달을 우선하는 언어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북한은 외래어 사용을 줄이고 우리말 중심의 체계를 만들려는 언어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이런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영어식 용어 대신 동작의 의미를 설명하는 토박이말을 만들어 쓰는 것이 특징이다.
흥미로운 점은 남북의 표현이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결국 같은 장면을 설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남한에서는 세계 스포츠 문화의 흐름 속에서 ‘플립 턴’이라는 국제 공용어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반면 북한에서는 같은 기술을 재빨리돌기라는 순우리말 표현으로 풀어냈다. 방식은 다르지만 기술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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