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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20] 북한 육상에서 왜 ‘골인’을 ‘결승선 통과’라고 말할까

2026-03-11 03:09

지난해 평양국제마라톤대회에서 북한 선수의 골인 모습
지난해 평양국제마라톤대회에서 북한 선수의 골인 모습
외래어 ‘골인’은 영어 ‘goal in’을 한국어로 음차한 말이다. 육상 경기 등에서 결승점에 들어섬을 뜻하고, 축구·농구·하키 등 구기 종목 등에선 공이 골에 들어감을 의미한다. ‘1등으로 골인하다’, ‘슛, 골인’ 등으로 표현할 때 쓴다.

골인의 어원을 살펴보면 ‘goal’은 중세 영어 ‘gol’ 또는 ‘goul’에서 왔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경계, 끝, 목표 지점’을 뜻하는 고대 단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원래는 경기의 끝이나 목표가 되는 장소를 의미했다.

영어에서 본격적으로 골이라는 말을 쓴 것은 16세기 전반기라고 한다. 결승선 지점이나 목표 또는 노력의 결과라는 확장된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16세기 후반부터는 현재의 의미로 자리를 잡았다. 영국에서 18세기부터 산업혁명이 발생하며 도시화, 산업화가 급격히 이뤄지면서 여가 활동으로 축구를 비롯해 여러 스포츠 종목이 생겼다. 당시 골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됐다. 결승선, 크로스바, 볼이나 퍽이 들어가는 네트, 스코어를 올리는 행위나 점수 등의 의미로 활용됐다. (본 코너 306회 ‘왜 ‘골(Goal)’이라 말할까‘ 참조)
영어 goal in은 ‘go in to the goal’ 또는 ‘in the goal’에서 파생돼, 선수가 목표 지점에 들어간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일본에서 이를 ‘ゴールイン(고루인)’으로 음역했고, 일제강점기 체육 용어가 유입되면서 한국에서도 ‘골인’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게 됐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48년 4월28일자 ‘올림픽 마라손조선(朝鮮)을자랑할’ 기사는 ‘이에뒤이어 경복(경복(景福))중학 최윤칠 고려대학 홍종오 양정(양정(養正))중학 함기용(함기(咸基)용)선수가 슌차로 결승점에 뛰어들어왔는데 각선수의 기록온다음과같으다(사진상(上)은 출발광경 하(下)는 서(徐)선수골인)’고 전했다.


한국에서는 주로 육상 경기에서 결승선 통과, 자동차·사이클 경기의 피니시 등에 비유적으로 사용한다. 이는 목표를 달성했다는 의미이다.

북한 육상에서는 이 표현을 거의 쓰지 않고 대신 ‘결승선 통과’라는 말을 쓴다. ‘결승선(決勝線)’과 ‘통과(通過)’는 각각 한자어이다. 이는 영어 발음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경기의 실제 행위를 설명하는 말로 우리말 한자어를 택한 것이다. 결승선에 도달해 그것을 통과하는 순간이 경기의 끝이라는 의미를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다. 북한이 체육 용어를 정리할 때 강조했던 ‘누구나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말’이라는 원칙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1960년대 이후 외래어 사용을 줄이고 우리말 중심의 ‘문화어’ 체계를 확립해 왔다. 특히 체육 분야에서는 영어식 용어를 그대로 쓰기보다 의미를 풀어 설명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육상도 남한의 ‘육상’이 아니라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은 ‘륙상’이라 하고, 릴레이는 ‘이어달리기’, 허들은 ‘장애물달리기’라고 부른다. 해머던지기도 영어 ‘hammer’를 쓰지 않고 쇠추를 던지는 경기라는 의미에서 ‘추던지기’라고 표현한다. (본 코너 1713회 ‘북한 스포츠 용어는 왜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을까’, 1715회 ‘북한에서 왜 ‘해머던지기’를 ‘추던지기’라고 말할까‘ 참조)
이 같은 용어 체계는 체육을 대중 교육의 수단으로 보는 북한의 시각과도 맞닿아 있다. 전문 용어보다는 직관적이고 설명적인 표현을 사용해 학생이나 주민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하려는 의도다. 실제로 북한의 교과서나 체육 교재를 보면 외래어 대신 뜻을 풀어 쓴 용어가 많이 등장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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