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삼성 타선의 핵심인 KDC 라인은 3번 구자욱(K), 4번 르윈 디아즈(D), 5번 최형우(C)로 이어지는 순수 좌타 라인업이다. 야구의 정석으로 통하는 '좌우 지그재그 타선'을 비웃기라도 하듯, 삼성은 리그에서 가장 정교하고 강력한 세 명의 좌타자를 전면에 배치했다. 이는 과거 삼성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이승엽과 양준혁의 'KBO판 OH 타선'을 넘어선다는 평가를 받으며 상대 투수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고 있다.
라인업의 선봉장인 구자욱은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현대 야구가 요구하는 완벽한 3번 타자의 표본이다. 정교한 컨택 능력과 득점권에서의 냉철한 판단력은 과거 장훈의 안타 제조 능력을 연상시킨다. 그가 루상에 나가는 순간, 상대 투수는 리그 최고의 파괴력을 가진 4번 타자 디아즈를 마주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에 직면한다. 디아즈는 2025시즌 50홈런과 158타점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제2의 이승엽'을 넘어선 괴물로 자리 잡았다. 타구 속도와 비거리에서 압도적인 수치를 자랑하는 디아즈는 오 사다하루의 장타력을 21세기식으로 재현하고 있다. 상대 팀이 디아즈를 고의사구로 피하려 해도, 그 뒤에는 KBO의 살아있는 전설 최형우가 버티고 있다. 2026시즌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친정팀에 복귀한 최형우는 노련한 선구안과 결정적인 한 방으로 'KDC 라인'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 라인의 무서움은 단순히 이름값에 있지 않다. 좌타자 3명이 연달아 배치될 경우 통상적으로 좌완 투수 투입이라는 공략법이 존재하지만, KDC 라인의 세 선수는 모두 좌투수를 상대로 리그 평균 이상의 타율과 장타율을 기록 중이다. '좌투수로 좌타자를 막는다'는 야구계의 오랜 공식이 이들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특히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의 짧은 우측 펜스는 이들의 장타력을 극대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요미우리의 OH 타선이 일본 야구의 정점에 섰던 것처럼, 2026년 삼성의 KDC 라인은 라이온즈의 새로운 왕조 건설을 조준하고 있다. 신구의 완벽한 조화와 외국인 타자의 파괴력이 결합된 이 좌타 라인이 시즌 끝에 어떤 역사적 수치를 남길지, 야구팬들의 시선은 이미 대구로 향하고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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