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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473] 럭비에서 왜 ‘스크럼’이라 말할까

2025-07-01 07:36

 럭비 스크럼 장면
럭비 스크럼 장면
시위를 할 때, 여럿이 팔을 꽉 끼고 뭉치는 일을 ‘스크럼’이라고 말한다. 여러 사람이 똑바로 나란히 서서 양옆 사람들과 팔짱을 끼거나, 아니면 바닥에 드러누운 채로 양옆 사람들과 팔짱을 낀다. 자기들을 해산시키려는 경찰이나 철거반원 등에 맞서거나, 아니면 자기들이 점거한 장소에 상대방이 못 들어가게 하려고 서로 팔짱을 꽉 끼고 똘똘 뭉쳐서 틈을 안 주며 맞서기 위함이다. 평화적인 시위에서 자주 보는 스크럼은 불법은 아니다.

럭비에서 스크럼은 경기 규칙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스크럼은 경기를 재개하는 방법의 하나로 양팀 선수들이 정해진 대형으로 뭉쳐 어깨를 맞대고 공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행위이다. 외래어인 스크럼(Scrum)은 양편 선수가 어깨를 맞대고 그 사이로 굴려 넣은 공을 자기편쪽으로 빼내어 돌리는 일이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Scrum’은 시끄러운 군중이라는 뜻인 ‘Scrummage’의 줄임말이다. ‘Scrummage’는 ‘Scrimmage’의 방언형으로, 소규모 전투를 뜻하는 ‘Skirmish’와 어원이 같다. 난투극이나 엉켜 싸우는 상황을 묘사하는 단어에서 왔는데, 럭비에서 선수들이 엉켜서 몸싸움하며 공을 다투는 모습이 이 단어와 딱 맞아떨어진다.

럭비 스크럼은 단순한 힘겨루기를 넘어, 역사적 전통, 언어적 배경, 그리고 전술적 진화가 어우러진 요소다. 그 유래는 단어 자체에서 드러나듯이, 혼전의 상징(Skirmish)에서 시작해, 지금은 럭비라는 스포츠의 상징적 장면으로 발전했다.


럭비가 19세기 초 영국 퍼블릭스쿨인 럭비 스쿨에서 발전할 당시, 공을 땅에 떨어뜨리거나 반칙 상황 후 재개하는 방법으로 스크러머지가 자주 사용됐다. 포워드들이 몸을 맞대고 일정한 형식으로 결집하여 힘과 기술로 공을 밀어내거나 소유하는 고유의 전술로 정착했다. 시간이 흐르며 스크럼은 럭비 규칙 속에서 더욱 구조화됐다. 오늘날에는 반칙 후 재개를 위한 공식적이고 기술적인 상황으로 엄격한 규칙 하에 수행된다. (본 코너 1471회 ‘왜 ‘럭비’라고 말할까‘ 참조)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럭비에서 스크럼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의하면 조선일보 1930년 4월8일자 ‘입교대학대승(立敎大學大勝)’ 기사는 ‘지난 삼일(三日)에철도(鐵道)와대전(對戰)하야 대승리(大勝利)를 전(傳)한입교대학(立敎大學)럭브단(團)은 그동안 휴양후(休養後)에 육일오후삼시(六日午後三時)부터 경성운동장(京城運動場)에서조선사계(朝鮮斯界)의 정예(精銳)를 선발(選拔)한 전경성군(全京城軍)과 대전(對戰)하얏다 삼시(三時)가 지나서 양군선수(兩軍選手)는 좌우양입구(左右兩入口)로부터 입장(入塲)하야 재등총독(齋藤總督)의 격려적훈시(激勵的訓示)가 잇슨후 삼시이십분(後三時二十分)에 레퍼리 윤명선씨(尹明善氏)"휘슬"소래와함끠(텃취·쩌쥐염정(染井)·일치(日置))격전(激戰)의막(幕)은입교군(立敎軍)의킥어푸로열리엿다 입교(立敎)22――030――0전경성(全京城)
전반전 개전당초(前半戰開戰當初)에는 양군(兩軍)이 호상접전(互相接戰)을 연출(演出)하야비상(非常)한 흥미(興味)로써 기대(期待)하엿더니 칠분(七分)이지난후(後)에 입교군천야(立敎軍淺野)는 입오마선부근(廿五碼線付近)에서 타잇트스크램으로부터 뽈을집어가지고 장구(長驅)하야츠라이를 득(得)한후(後) 꼴에 성공(成功)하야 오점(五點)을선취(先取)한후십구분(後十九分)만에입교어목(立敎御牧)은중앙선(中央線)으로부터 길전(吉田)의파스를밧어가지고츠라이를득(得)하야8―0입교전원(立敎顚原)은입오마선부근(廿五碼線附近)에서길전(吉田)이파스로츠라이를득(得)하야11―0입칠분(廿七分)에입교군(立敎軍)은연속(連續)하야츠라이을득(得)하야14―0삼십분(三十分)에입군교(立軍敎)은페낼틔꼴을성공(成功)하야 17―0전반전(前半戰)타임업피기일분전(一分前)인삼십사분(三十四分)에 입교군(立敎軍)은 또꼴을득(得)하야22―0으로 전반전(前半戰)은 종료(終了)되다’고 전했다. 일본 입교대학 럭비팀이 경성군 선발팀을 상대로 한 럭비 경기 상보를 전한 기사인데, 스크럼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럭비 경기 중 의도치 않게 공을 놓쳐 앞에 떨어뜨리는 녹온(Knock-On), 역시 고의로 시도하지 않은 전방 패스(Forward Pass) 등 가벼운 반칙이 일어났을 때
, 상대편의 소유로 스크럼이 주어진다. 포워드들이 3열로 대형을 맞추면 주심이 신호를 주고, 양 팀 프런트 로우는 상대팀과 어깨를 맞댄다. 럭비 유니언과 럭비 리그 스크럼은 다소 차이가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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