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히려 다른 조 소속인 일본과 이란이 벌써 3개월 전에 손쉽게 본선 티켓을 확보한 것을 감안하면 우리는 이제서야 간신히 임무를 마쳤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뜨거운 지지를 받지 못한 채 항해를 시작한 홍명보호는 3차 예선 상대팀들뿐만 아니라 거센 비판 여론, 혼란스러운 분위기와도 맞서며 여기까지 도달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작년 7월 홍명보 감독을 대표팀 지휘자로 임명한 것은 대부분의 축구 팬들에게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셈이다.
해외 출신 감독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상황에서, 무려 반년 동안 이어진 감독 선발 과정의 결론이 2014 브라질 월드컵(1무 2패·조별리그 탈락)에서 이미 좌절을 경험한 홍 감독이라는 사실에 실망감은 매우 컸다.
홍 감독이 투명하지 못한 과정을 통해 임명됐다는 의혹은 부정적 여론을 더욱 증폭시켰고, 첫 대결인 9월 팔레스타인과의 3차 예선 B조 개막전에서는 그가 전광판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야유가 쏟아졌다.
개막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불안정한 출발을 한 홍명보호는 이후 오만 원정에서 3-1 승리를 거두며 숨통을 트였다.

최대 난관으로 예상됐던 10월 연속 2경기를 모두 승리로 마무리한 후 11월 쿠웨이트 원정 3-1 승리, 팔레스타인 원정 1-1 무승부 등으로 선두 위치를 확고히 하면서 홍 감독에 대한 비판적 여론은 잠시 누그러지는 듯했다.
하지만 본선 진출을 조기 확정할 것으로 전망됐던 3월 오만, 요르단과의 홈 연속 2경기에서 연달아 실망스러운 경기 내용을 보이며 무승부에 그치자 분위기는 다시 혼탁해졌다.
선취점을 기록하고도 수비 허점으로 동점골을 허용해 1-1로 마무리하는 패턴이 반복됐고, 전술적 방향성의 부재나 선수 교체 시점의 부적절함 등에 대한 지적들이 이어졌다.
결국 홍명보호는 3차 예선 마지막 2경기 중 첫 번째인 이라크 원정 9차전에서야 북중미행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이날 이라크 바스라 국제경기장에서 이라크를 2-0으로 제압하며 최소한 B조 2위 이상의 성적을 보장받아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다.
지휘봉을 잡은 지 1년이 경과했음에도 여전히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홍 감독은 쿠웨이트와의 홈 마지막 경기를 치른 후 1년 앞으로 다가온 북중미 월드컵 본선 대비에 돌입한다.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한국 축구의 최고 자산이었던 손흥민(토트넘)이 '노화 곡선'에 진입했다. 1년 후 손흥민을 자유롭게 선발 기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어 '대체재'를 준비해야 한다.

아울러 '중원의 핵심' 황인범(페예노르트)의 최적 파트너를 발굴해야 하고, 발목 부상이 만성화될 우려를 보이는 '수비의 기둥' 김민재(뮌헨)의 컨디션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홍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실패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서 명예 회복의 기회를 손에 쥐었다.
월드컵 무대에서 두 번째로 지휘를 맡게 되는 국내 출신 축구인은 홍 감독이 유일무이하다.
이번 월드컵은 과거의 아픔을 치유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기적의 핵심 인물로 활약하며 한국 축구의 '전설'로 추앙받았던 홍 감독은 현재 '기성세대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균 마니아타임즈 기자 / ljk@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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