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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호 신임 한국대학배구연맹 회장 “감독과 선수가 주인공인 대학배구연맹을 만들겠다”

2023-08-18 09:07

홍기호 신임 한국대학배구연맹회장이 16일 충북 제천실내체육관에서 막을 올린 2023 대한하옹배 전국대학배구대회 제천대회 개막식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 [한국대학배구연맹 제공]
홍기호 신임 한국대학배구연맹회장이 16일 충북 제천실내체육관에서 막을 올린 2023 대한하옹배 전국대학배구대회 제천대회 개막식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 [한국대학배구연맹 제공]


한국배구가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올해들어 남녀 모두 국제대회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남자 대표팀은 지난 7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바레인에게 0-3으로 완패하고, 베트남에 1세트를 내주며 겨우 3-1로 이겼다. 세계 대회인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활약하는 일본(세계 6위), 이란(10위), 중국(25위)이 불참한 아시아 대회에서 한국은 중동과 동남아 약체국에도 패하거나 쫓기는 신세가 됐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기적의 4강 신화’를 달성한 여자배구는 ‘배구 여제’ 김연경이 태극마크를 반납하면서 추락을 거듭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VNL 12전 전패 승점 0의 수모를 겪었다. 한국 여자 대표팀이 최악의 성적에 그쳤지만, 중국은 2023 VNL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의 쾌거를 이뤄냈다. 한국 여자배구는 중국의 비상을 먼발치에서 부러운 듯 지켜보는 처량한 모습으로 전락했다.

한국 남녀 배구의 추락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대학에서부터 오래 전에 적신호가 울렸다. 대학팀은 선수들의 수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유망주 발굴도 힘들어져 하향 평준화의 길을 걸었다. 대학배구의 구조적인 문제는 프로배구, 나아가서는 한국 배구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중고배구와 성인배구의 다리 역할을 하는 대학배구가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었다. 대학배구 수준을 끌어 올리지 않고서는 한국배구는 국제배구에서 좀처럼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충북 제천에서 2023 대한항공배 전국대학배구 제천대회(16-24일) 개막을 앞두고 홍기호(67) 신임 한국대학배구연맹 회장과 19개 대학 남녀 대학팀 감독이 이사회를 통해 첫 상견례를 갖고 대학배구와 한국배구의 발전을 다짐했다. 홍 신임 회장은 지난 7월 28일 회장 선거를 통해 새 회장으로 선임됐다. 연맹은 5월 제8대 오승재 회장이 사임한 후 조광복 회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됐었다. 이날 상견례 자리에서 홍 회장은 “한국배구의 수준을 다시 끌어 올리자”며 각 대학팀 감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격려를 했다. 167cm인 그는 180cm 이상으로 큰 키가 대부분인 감독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첫 대면에도 불구하고 친밀감을 표현했다. 홍 회장은 정체 위기에 처한 대학배구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일까. 제천 현지에서 직접 만나 대학배구의 발전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홍 회장은 줄곧 사업가의 길을 걸었다. 광주직할시 등에서 폐기물, 에코 환경 사업 등으로 300억의 년간 매출을 하는 중소기업 (주)명성환경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스포츠를 좋아하지만 스포츠 단체장을 맡은 경험은 없다. 하지만 사업가의 열정을 발판으로 대학배구연맹을 잘 이끌어 나가겠다는 자신감을 보인다.

홍 회장은 자신의 배구 경험담으로 얘기를 꺼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활약했던 ‘컴퓨터 세터’ 김호철과 거포 강만수의 경기를 TV 중계를 통해 봤던 것이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는다고 했다. 배구 경기 자체가 호쾌하고 다이나믹해 다른 종목보다 좋아했다는 것이다.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에서 김연경과 대표팀 선수들이 기적같은 역전승을 이끌어 내며 큰 감동을 주었던 것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홍기호 신임 한국대학배구연맹 회장이 회장선거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한국대학배구연맹 제공]
홍기호 신임 한국대학배구연맹 회장이 회장선거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한국대학배구연맹 제공]

“위기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홍 회장은 위기는 언제든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신념으로 갖는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후 결과는 운명에 따른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 인생철학이다. 자신도 개인적으로 많은 힘든 과정을 거쳐 현재의 사업을 일으킬 수 있었다. 현재 사상 유례없는 위기를 맞은 한국배구도 위기를 돌파하고자 하는 도전정신을 잃지 않는다면 발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홍 회장은 1980년대 한국배구의 실력을 어렴풋이 기억한다. 1960-70년대 한때 세계배구를 제패했던 일본 남녀배구와 세계 정상으로 군림했던 중국 여자배구와 대등한 경기력을 보이며 선전했던 때의 과거의 전력을 다시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구가 예전에 비해 국민적 관심을 식은 것은 시대의 반영으로 여긴다. 프로야구 등 프로종목이 활성화되면서 프로배구도 출범했지만 국민들은 스포츠 관심 종목이 많아져 오히려 배구에 대한 흥미를 잃게됐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한국 배구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배구의 인기가 더 식었다고 본다.
“그동안 많은 성공과 실패 경험을 갖고 있는 한국배구이다. 지금의 어려움도 앞으로 더 잘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돌파해야한다. 다시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대학배구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러 감독과 선수들이 뭉쳐 헤쳐나가야한다”고 했다. 특히 대학 감독과 선수들은 연맹의 주인이라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며, 자신은 연맹을 돕는 후견인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것을 다짐했다. 임기 동안 대학 대회에는 빠짐없이 참석하고, 일선 대학팀도 찾아가며 현장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홍기호 신임 한국대학배구연맹 회장이 16일 충북 제천실내체육관에서 막을 올린 2023 대한항공배 전국대학배구 제천대회 개막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대학배구연맹 제공]
홍기호 신임 한국대학배구연맹 회장이 16일 충북 제천실내체육관에서 막을 올린 2023 대한항공배 전국대학배구 제천대회 개막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대학배구연맹 제공]

“대학배구 수준을 끌어 올리겠다”

홍 회장은 재정적으로 어려운 연맹에 연간 개인 출연금 5천만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재정 부회장으로 사업 파트너인 서주택(63) 키움도시개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또 연맹 직원을 자신의 회사에 정식직원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이는 재정적인 안정을 기반으로 연맹 시스템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것이다.
역대 대학배구 회장은 대학총장이나 교수 등이 맡은 적이 많았다. 이강평 전 서울 기독대학교 총장, 손종국 전 경기대 총장, 조영호 전 한양대 교수, 이두식 전 홍익대 교수 등이 연맹을 이끌었다. 또 오한남 현 대한배구협회장 등 경기인 출신과 함께 오승재 전임 회장에 이어 홍기호 현 회장 등이 기업인 출신으로 회장을 맡았다. 홍 회장은 기업인 출신답게 탄탄한 재정 지원책으로 연맹을 한 차원 높게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홍 회장은 홍기호 회장은 △선수 장학금제도 확립으로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하도록 환경을 조성 △우수지도자 해외연수로 대학배구에 선진문화와 기술을 들여와 대학배구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 △지도자연구 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함으로 연구하는 대학배구연맹으로 만드는 것 △국제대회 개최로 국제 경쟁력있는 대학배구를 만드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도자는 선수지도와 연구에 집중하고, 선수는 학업과 운동에 전념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혁신을 추구하며 대학배구 수준을 전반적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홍 회장의 포부이다. 풀뿌리 배구인 대학배구에 제대로 꽃을 피워야 프로배구와 대표배구로 그 결실이 이어질 수 있다는 신념에서다. 홍 회장은 “지금까지 걱정하고 고민하던 문제를 이제는 걱정 안해도 될 것”이라며 “회장단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희생하는 자세로 안정되고 화합하는 연맹을 만들겠다”고 했다.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한 ‘대학연맹이 잘 돼야, 나두 잘 된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힘을 주었다.

홍기호 신임 대학배구연맹 회장.
홍기호 신임 대학배구연맹 회장.

“내가 아닌 남을 위해 베푸는 삶이 좋다”

홍 회장은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 어릴 때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다. 군에서는 의무 전문사관으로 근무하기도 했으며, 여러 사업을 거쳐 현재의 환경사업에서 튼든한 기반을 닦았다. 하지만 성공의 길을 보며 달려오면서도 남을 위한 봉사가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않았다. 대학배구연맹 회장을 맡게 된 것도 평소 공익적인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닌 남을 위한 삶을 산다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안정된 개인적 삶을 추구하며 부단히 노력을 했다. 대학배구연맹 회장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도록 힘을 쓰겠다”고 했다.
홍 회장은 학창 시절 태권도, 합기도를 수련했다. 합기도는 4단으로 전문가 수준의 실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합기도 등 무술을 한 것은 신체 단련과 함께 정신 수양에 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삶의 고비에서 무술을 배운 경험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데 힘이 됐다고 한다.
홍 회장은 ‘가족이 우선이다’는 확고한 가정 철학을 갖고 있다. 집안에서는 철저히 아내를 위한 애처가를 자임하며 모든 것을 맡긴다고 한다. ‘행복한 가정의 힘은 아내에게서 나온다‘는 말을 좋아한다.

[제천=김학수 기자]

[김선영 마니아타임즈 기자 / scp2146@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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