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다면 어차피 우승 확률이 0%에 수렴하는 프로야구에서, 매년 시즌 막판까지 펼쳐지는 치열한 '5위 싸움'은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5위는 구단과 선수단, 그리고 팬들에게 생존과 미래를 증명하는 절대적인 마지노선이다.
우선 구단 재정과 마케팅 측면에서 가을야구 턱걸이라도 성공하는 것과 6위로 무대를 내려오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와일드카드 결정전 단 한 경기만 치르고 탈락하더라도 관중 수입 배당금을 챙길 수 있다. 더불어 '가을야구 진출 팀'이라는 훈장은 비시즌 동안 구단 가치를 높이고 마케팅을 전개하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현장의 사령탑과 프런트에게도 5위는 목숨줄과 같다. 아무리 과정이 험난했어도 가을야구 티켓을 따내는 순간 실패한 시즌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명분이 생긴다. 반면 6위로 아깝게 탈락한 팀의 감독들은 비시즌에 경질의 칼바람을 맞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장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큰 소득은 따로 있다. 바로 젊은 유망주들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큰 무대 경험을 쌓는다는 점이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과 매 순간이 벼랑 끝인 포스트시즌의 압박감을 견뎌낸 젊은 선수들은 다음 시즌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성장한다. 당장 올해 우승은 못 하더라도 내일의 우승을 위한 가장 확실한 예방주사를 맞는 셈이다.
결국 야구에서 5위란 단순히 우승 레이스의 들러리가 아니다. 팬들에게는 가을에도 야구를 볼 수 있는 축제의 시간을, 구단에게는 생존의 명분을, 그리고 팀의 미래에게는 성장의 자양분을 제공하는 가장 가치 있는 꼴찌인 셈이다. 이것이 매년 가을 초입마다 5위 자리를 두고 펼쳐지는 진흙탕 싸움에 팬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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