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인종차별 SNS [이명재 인스타그램 캡처]](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3062014221207238bf6415b9ec1439208141.jpg&nmt=19)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2일 오후 2시 상벌위원회를 열고 최근 SNS 상에서 K리그1 울산 현대 선수들이 전북 현대에서 뛰었던 태국 선수 사살락 하이프라콘을 겨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사건을 검토한다.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인종차별과 관련해 상벌위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SNS에 등장한 선수 이명재, 이규성, 정승현, 박용우 4명과 팀 매니저가 상벌위 출석한다.
프로연맹 규정에 따르면 인종차별적 언동을 한 선수는 최고 10경기 이상의 출장정지, 1천만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를 받을 수 있지만 그간 사례가 없어 상벌위원들은 해외 사례까지 검토해 가며 징계 수위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축구계에 따르면 인종차별에 민감한 분위기가 일찍부터 형성된 유럽에서도 관중이 아닌 선수가 인종차별의 가해자가 돼 징계에까지 이르게 된 사례가 많지는 않고 그나마 대부분은 그라운드에서 격렬하게 경기를 치르던 중 발생한 경우다.
한국 팬들 사이에서는 박지성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뛰던 2011년, 그의 팀 동료이자 절친이던 파트리스 에브라가 당시 리버풀 소속이던 루이스 수아레스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한 사건이 잘 알려져 있다.
수아레스가 에브라에게 '네그리토(작고 검은 남자)'라고 부른 게 문제가 됐고,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8경기 출전정지에 4만 파운드(약 6천600만원) 제재금의 징계를 내렸다.
같은 해 EPL 첼시에서 뛰던 존 테리는 안톤 퍼디낸드를 '검둥이'라고 불렀다가 4경기 출전정지와 벌금 22만 파운드(약 3억6천만원) 징계를 받기도 했다.
경기장에서 일어난 인종차별 사례를 보면 워낙 양태가 천차만별인데다 이번 '울산 인종차별 사건'처럼 SNS를 통해 가해 행위를 한 경우는 유럽에서도 희소해 판단 기준을 잡기가 더 어렵다.
2011년 테리의 인종차별 사건과 관련해 안톤의 형인 리오가 트위터에서 첼시의 흑인 수비수 애슐리 콜에게 '초코 아이스'라고 불렀다가 문제가 됐다.
퍼디낸드는 콜이 테리를 두둔하는 것을 두고 비판하는 차원에서 이런 트윗을 한 것이었지만, 엄연한 인종차별 발언이라는 지적이 이어졌고, 결국 4만5천 파운드(약 7천3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했다. 이때 출전정지 징계는 병과되지 않았다.
2019년에는 맨체스터 시티의 베르나르두 실바가 동료 뱅자맹 멘디의 어릴 적 사진과 짙은 갈색인 스페인의 과자 브랜드 캐릭터 사진을 함께 올리고서 '누군지 맞춰보라'고 적었다.
실바는 1경기 출전정지와 벌금 5만 파운드(약 8천2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2020년에는 손흥민(토트넘)의 팀 동료이던 델리 알리가 공항에서 중국인으로 보이는 아시아인과 손 세정제를 번갈아 보여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언급하는 게시물을 SNS에 올렸다가 1경기 출전정지와 5만 파운드 징계를 받았다.
울산 사건의 경우 '여러 명'의 선수들이 외국인 선수 '한 명'을 겨냥해 가해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유럽의 SNS 인종차별 사례들보다는 '죄질'이 안 좋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프로연맹이 'K리그 세계화'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온 가운데 태국 팬들이 이번 사건의 추이를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점도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데에 일정 부분은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울산은 문제의 SNS에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팬들의 비판이 불거진 바로 다음 날 사과문을 게시했다.
홍명보 감독은 축구인 골프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팀을 책임지는 감독으로서 물의에 대해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인종차별은 축구를 떠나 세계적인 문제다. 분명히 없어져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김선영 마니아타임즈 기자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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