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랜드는 예일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는 빈 단장에게 데이터 야구를 소개하며 오클랜드 구단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철저한 데이터로 선수를 평가하며 몸값이 싼 선수들로 2002년 2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오클랜드 수석 스카우트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자기 말을 듣지 않고 야구 선수 출신도 아닌 브랜드의 말만 듣는 빈 단장에게 “야구는 과학이 아니다”라며 대들다가 해고됐다.
오클랜드의 성공 신화는 다른 팀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이후 데이터 야구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샌프랜시스코 자이언트는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또 하나의 실험을 하고 있다. 코치진을 비전통 출신들로 구성한 것이다. 15명의 코치진 중 4명 만이 빅리그 출신일 뿐 나머지는 비전통 출신들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페르난도 페레즈는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문예 창작을 전공했다. 그는 저명한 문학 잡지에 에세이를 기고하는 작가였다. 캐플러 감독은 2021 시즌을 앞두고 페레즈를 ‘비디오 코칭치’로 영입했다. 마크 홀버그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아랍 에미레이트 연합(UAE)의 학교에서 교사와 관리자로 수년 간 일했다. 더스틴 린드는 물리 치료 박사 학위를 받았다. 33세의 코레아는 디비전 III 대학 내야수로만 뛰었다. 마이너리그에서도 코치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아니었다. 그러나 캐플러는 SNS에서 코레아의 교육용 비디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코레아는 10년도 채 되지 않아 야구의 무명에서 샌프랜시스코 벤치 코치가 됐다.
캐플러 감독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2020년 메이저리그 최초로 알리사 나켄을 정식 코칭 스태프에 합류시켰다. 대학교에서 소프트볼을 했던 나켄은 2014년 샌프랜시스코에 인턴으로 입사한 후 주로 조직의 건강 및 웰빙 이니셔티브와 이벤트를 개발하고 조정하는 일을 했다. 나켄은 올해 역사상 처음으로 1루 코치로 필드에 나가는 여성 코치가 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런 코칭 스태프를 거느리고 캐플러 감독은 지난해 LA 다저스의 8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저지하며 MLB 최다승인 107승을 올렸다.
WSJ는 캐플러 감독이 “코칭 스태프가 다양할수록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는 마음가짐으로 스태프를 고용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오클랜드의 ‘머니볼’에 이어 샌프랜시스코의 ‘코치 다양화’는 “최고의 선수가 반드시 최고의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는 점에서 MLB에 시사하는 바 크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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