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7(월)

스포츠

[대한민국 체육100년100인100장면] 유도 조재기의 ‘턱도없는’ 무제한급 동메달

2021-02-08 06:51

유도 조재기의 원래 체급은 라이트헤비급이다. 동양선수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래서 국가대표로 뽑혔지만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 가기는 힘들었다. 예산이 넉넉지 않은 터에 입상 가능성이 없었기에 굳이 데려 갈 필요가 없었다.

몬트리올올림픽 유도 무제한급 동메달리스트 조재기는 투혼의 상징이 되어 전국체전에서 선수대표선수를 하기도 했다.
몬트리올올림픽 유도 무제한급 동메달리스트 조재기는 투혼의 상징이 되어 전국체전에서 선수대표선수를 하기도 했다.


올림픽에 목숨을 걸고 있던 조재기는 포기하지 않았다. 일단 가보긴 해야 할 것 아닌가.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하소연하고 이리저리 떼를 써서 겨우 선수단에 합류했다.

그러나 유도인들이 예상했듯 준결승전에서 탈락했고 패자전에서도 패했다. 노메달이었다.

조재기는 아쉬웠다. 경기 운영을 제대로 했더라면 이길 수 있는 경기들이었다. 무제한급에 나서기로 했다(1984년까지 올림픽 유도는 체중과 관계없이 참가할 수 있는 무제한급 경기가 있었다). 코칭스태프는 적극 말렸다.

사실 무제한급은 최중량급의 강자가 다 나오므로 라이트헤비급이 나설 자리는 아니었다. ‘괜히 다치면 안 된다’며 허락하지 않았다. 조재기는 그 길로 이발소로 달려가 머리카락을 다 밀었다.

“제 인상을 한 번 보십시오. 험악하지 않습니까. 이 무서운 얼굴로 우선 기선을 제압하면 누구든 밀어 붙일 수 있습니다.”

삭발까지 하며 고집 부리는 조재기를 막기는 힘들었다. 승패는 둘째치고 그런 마음이라면 경기를 해야하는 게 맞았다. 결국 코칭스태프도 그의 무제한급 출전을 허락했다. 그리고 삭발투혼의 조재기는 그 ‘턱도 없다’는 무제한급에서 기어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