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에 목숨을 걸고 있던 조재기는 포기하지 않았다. 일단 가보긴 해야 할 것 아닌가.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하소연하고 이리저리 떼를 써서 겨우 선수단에 합류했다.
그러나 유도인들이 예상했듯 준결승전에서 탈락했고 패자전에서도 패했다. 노메달이었다.
조재기는 아쉬웠다. 경기 운영을 제대로 했더라면 이길 수 있는 경기들이었다. 무제한급에 나서기로 했다(1984년까지 올림픽 유도는 체중과 관계없이 참가할 수 있는 무제한급 경기가 있었다). 코칭스태프는 적극 말렸다.
사실 무제한급은 최중량급의 강자가 다 나오므로 라이트헤비급이 나설 자리는 아니었다. ‘괜히 다치면 안 된다’며 허락하지 않았다. 조재기는 그 길로 이발소로 달려가 머리카락을 다 밀었다.
“제 인상을 한 번 보십시오. 험악하지 않습니까. 이 무서운 얼굴로 우선 기선을 제압하면 누구든 밀어 붙일 수 있습니다.”
삭발까지 하며 고집 부리는 조재기를 막기는 힘들었다. 승패는 둘째치고 그런 마음이라면 경기를 해야하는 게 맞았다. 결국 코칭스태프도 그의 무제한급 출전을 허락했다. 그리고 삭발투혼의 조재기는 그 ‘턱도 없다’는 무제한급에서 기어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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