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트랙 바닥재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육상 훈련장 트랙 바닥재 설치를 둘러싸고 이탈리아산 몬도와 국산 우레탄이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쪽이 선택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진천선수촌은 노후한 육상 트랙 바닥재 교체를 위해 지난 수년 전부터 준비를 해왔다. 대한체육회와 기재부 등의 예산 지원을 받아 올 여름 육상 트랙 교체를 계획하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이 당초 오는 7월에서 내년 7월로 1년 연기됨에 따라 트랙 교체를 본격화하기로 한 것이다. 보통 육상 트랙 바닥재는 시간이 흐르면 말랑말랑하던 재질이 딱딱해지면서 6~8년 주기로 교체를 해야한다. 진천 선수촌의 경우 바닥재 수명이 다 돼 트랙을 새로 교체해야 할 시기를 맞았다.
문제는 트랙 바닥재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바닥재를 놓고 경쟁을 하고 있는 몬도와 우레탄 중에서 어느 하나를 결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선수촌측은 트랙 바닥재 설치 문제를 놓고 깊은 고심을 하고 있다.
몬도와 우레탄은 국내 각 종합경기장 육상 트랙에 많이 설치돼 있다. 몬도 트랙은 이탈리아 몬도사가 개발한 것으로 국제육상연맹(IAAF)가 공인하는 각종 국제대회 경기용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림픽과 육상 세계선수권대회를 비롯한 국제대회에 몬도 트랙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고 IAAF는 규정하고 있다. IAAF는 몬도트랙이 설치돼 있지 않으면 국제대회를 승인하지 않는다. 2009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도 몬도 트랙 중 최고 사양인 ‘슈퍼 플렉스 슈퍼 X’가 설치됐다. 기존 진천 선수촌 육상 트랙에도 몬도 트랙이 깔려 있었던 이유였다. 육상 국가대표 선수들은 그동안 실제로 국제경기에 쓰이는 몬도 트랙에서 훈련을 해왔다.
우레탄은 국내에서 여러 회사들이 제조하는 바닥재이다. 탄력성이 좋고 설치가 용이해 여러 지자체 종합운동장과 학교 등에서 많이 설치했다. 하지만 IAAF로부터 공인을 못 얻어 국제경쟁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일부 육상 대표 코치와 선수들이 우레탄 트랙을 선호한다는 개인적인 의견들을 표출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이들은 훈련의 편리성 등을 들어 우레탄 트랙을 선수촌측에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체육인들은 국가대표 육상 트랙에 국제공인을 받지 못한 우레탄 트랙을 까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체육관계자는 “기록 경쟁이 생명인 육상 경기에서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 트랙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을 한다면 어떻게 국제경쟁력을 키울 수 있겠는가”고 반문하며 “국제 경기와 관계가 없는 일반 경기장에서라면 우레탄을 깔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전적인 훈련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선수촌에는 몬도 트랙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남자육상 1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우샤인 볼트는 몬도 트랙을 ‘마법의 양탄자’라고 부르며 몬도 트랙에서 훈련을 해 기록 향상에 큰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는 몬도 제품을 메인트랙과 연습경기장 뿐 아니라 코스 이동 구간에도 설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기석 국가대표 선수촌 시설과장은 “육상 대표선수와 코치, 전문가들의 의견을 두루 취합하고 있다”며 “여러 문제를 모두 고려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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