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큐스페셜 제작진은 대국을 2주 앞두고 영국을 찾아 알파고를 개발한 인공지능회사 딥마인드를 심층 취재했다. 제작진이 전한 딥마인드 CEO 데미스 허사비스의 말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우리가 얼마나 개선 됐는지 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프로그램이 얼마나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특히 알파고의 경우는 아주 빠르게 학습을 시킬 수 있다. 아주 흥미로울 것이다. 저희도 자신 있지만 바둑계 사람들은 대부분 이세돌이 이길 거라 생각한다. 어떻게 될지 한번 두고 보자."
딥마인드 측이 서양에서는 아직 낯선 게임인 바둑 프로그램을 개발한 이유가 있다.
"바둑은 사람들이 프로로서 대결하는 게임 중 가장 복잡하고 완벽한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바둑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패턴인지 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었다. 프로바둑기사들이 바둑을 둘 때 논리적인 계획과 함께 직관력을 많이 사용한다. 전통적으로 컴퓨터가 약한 분야였다. 그래서 컴퓨터도 직관적일 수 있으며 이것이 논리적인 계획과 결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딥마인드가 대국 상대를 이세돌 9단으로 결정한 데는 전략이 있었다고 제작진은 전한다.
"인공지능의 역사와 바둑의 역사에 모멘텀(동력)이 될 수 있는 순간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전설과 같은 사람을 원했다. 최고의 자리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사람을 원했다. 이세돌은 지난 10년간 최고의 바둑기사였고 아직도 최고 수준이다. 최고 4인방 중 한 명이다. 저희는 앞으로 20~30년이 지나도 바둑계에서 회자될 사람을 원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1, 2국에서 해설자들이 잇따라 엇나간 예측을 내놓을 때, 딥마인드 측은 알파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이 대국 결과를 미리 알 수 있던 데 대해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이렇게 말한다.
"알파고는 자신 있어 보였다. 우리는 볼 수 있다. 조종실에서 보니까. 그곳에서 알파고는 매번 수를 둘 때마나 가치망(에서 얼마나 스스로 잘하고 있는 것 같은지에 대한 자신감을 측정한다."
"두 번째 대국에서 알파고는 경기 내내 자신감을 보였다. 대국 중반에는 55%의 자신감을 보였고 대국 끝자락에는 90% 이상의 자신을 보였다. 하지만 우리가 걱정했던 점은 (알파고가) 굉장히 흥분돼 보였고 끝에서는 위험해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알파고가 조금 더 조용히 두길 바랐다."
◇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결 반긴 이유
이날 방송에서는 대국 전 가수 김장훈이 이세돌 9단을 만나는 모습도 담겼다.
김장훈은 아마 5단의 바둑 애호가다. 지난해부터는 한국기원 홍보대사를 맡아 한국 바둑의 세계화와 어린이 바둑 보급에 힘을 보태고 있다. 소싯적 바둑에 빠져 존경하는 조훈현 국수를 만나기 위해 한국기원 옆 중국집에 배달원이 될 생각까지 했단다. 몇 해 전 이세돌과 김장훈은 한국 바둑의 미주 진출을 위해 의기투합했던 인연도 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의 대결을 반겼다고 한다. 이미 15년 이상 정상에 있다 보니 대국에 대한 긴장감이 전만 못하고, 특기인 변칙수 개발에도 의욕이 떨어진 상황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봤던 까닭이다.
이세돌 9단은 오랜 연구 끝에 내놓은 신수가 두 번도 쓰이지 못하고 곧바로 모든 바둑기사들에게 공유되는 현실 속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 그를 다시 설레게 만든 것이 바로 이번 알파고와의 대국이었던 셈이다.
"일단 설레잖아요. 정말 설레지 않으면 사실 사람이 어떻게 살아갑니까. 그런 흥분이 없으면…. 근데 진짜 바둑으로 오랜만에 이렇게 좀 설레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첫판이 정말 기대되죠. 첫판을 둬보면 답이 나와요. 아, 이게 만만치 않구나. 혹은 너무 약하다, 나보다 센 거 같은데…. 이런 느낌이 있을 거 아닙니까."
이세돌 9단은 다섯 살 때 처음 바둑을 배운 일부터 아버지로부터 죽도록 혼났던 기억들, 힘겨운 서울 살이에 방황했던 이야기까지 자신이 살아 온 이야기를 담담이 풀어낸다.
"조훈현 국수님이 89년도에 (응씨배 세계기전) 우승하잖아요. 카퍼레이드가 너무 멋있는 거예요. 그거 보고서 일곱 살 때부터 프로기사가 되겠단 생각으로 공부한 거예요."
그는 열세 살에 입단해 천재 소리를 들었지만 3, 4년 동안 별다른 성과 없이 보내다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독기를 품게 됐다고 한다.
"독기가 없었어요. 어느 정도는 인정은 받고 있었고 앞으론 얘가 성적을 낼 것이다. 또 어린 나이에 큰 돈은 아니지만 그 당시 돈을 벌고 있었고… 친구들이 중학생인데 떡볶이라도 먹을 땐 제가 돈 내지 않습니까. 그런 거에 만족하고 있었던 거죠. 근데 아버지가 건강이 안 좋아지시고 돌아가시니까 아차 싶더라고요. 아, 이게 아니구나. 사실 우승한 거 보여드렸으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그래서 그때 이제 맘 잡고 열심히 한 거죠."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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