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자에 앉아 산을 오르는 체어리프트부터, 줄이나 견인 장치를 잡고 올라가는 곤돌라와 T바까지, 방식은 조금씩 달라도 목적은 같다. 사람을 들어 올려 이동시키는 것이다.
영어 ’lift’는 기본적으로 ‘들어 올리다’, ‘들어 올림’이라는 뜻을 가진다. 어원은 더 오래된 게르만계 언어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어 어원은 13세기경 고대 스칸디나비아어인 ‘흘리프타(hlífta)’에서 유래했다. 이는 ‘들어 올리다’, ‘공중으로 띄우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지상에 발을 붙이고 중력을 거슬러 무거운 짐이나 사람을 위쪽으로 수직(또는 경사면을 따라 수직에 가깝게) 끌어올리는 모든 행위가 바로 리프트라는 명칭의 모태가 됩니다. 즉, 스키 슬로프의 리프트는 중력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스키어들을 공중에서 척척 들어 올려주는 기계라는 본질적인 의미를 충실히 담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리프트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30년 7월1일자 ‘世界第一(세계제일)가는 大女人(대여인)’기사에서 ‘우마(우마(牛馬))를 실는『리프트』를사용하고 그에뻬드(침태(寢台))를주어자게하고자동차는『또락크』긔차에는하물차(화물차(貨物車))를타게한다는데음식은야채든지고기든지먹는다한다 상해(상해(上海))에서 약삼개월가령류하게되엇는데도라오는 길에도일본에들리게될터이라한다’고 전했다. 1930년대 당시 우리나라 언론(신문)에 수용된 '리프트'라는 외래어는 스키장 용어가 아니라, 서구 문물의 기계 장치인 '화물용 승강기/크레인'을 뜻하는 기술 용어로 먼저 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함께 인용된 단어들인 '또락크(트럭)', '침태(침대의 일본식 표현인 뻬드)'등과 함께 리프트가 사용된 것은, 일제강점기 당시 서구에서 유입된 현대식 문물과 기계 장치들이 일본을 거치거나 혹은 직접 들어오면서 우리말 어휘 지형에 어떤 식으로 스며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이다.
우리나라에 근대적인 스키장이 조성되고 스키 리프트(체어리프트나 로프토우 등)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해방 이후, 특히 1970년대 이후 스키 대중화 시기부터였다. 하지만 이미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는 기계'라는 뜻의 리프트라는 단어가 건축용 엘리베이터나 항만 하역 장치 등을 통해 사회 전반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었기에, 스키장의 경사면 이동 수단 역시 거부감 없이 '리프트'라는 이름으로 정착할 수 있었다.
리프트가 발명되기 전의 스키는 그야말로 ‘노동’이자 ‘인내의 스포츠’였다. (본 코너 1907회 ‘왜 '스키(ski)'라고 말할까’ 참조) 19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스키어들은 산을 오르기 위해 발에 물개 가죽 등을 덧대고, 무거운 스키를 신은 채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서 산을 올라야 했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20세기 초, 드디어 인간의 다리 대신 기계가 사람을 '들어 올려주는' 혁신이 시작됐다.
세계 최초의 스키 리프트는 1908년 독일 슈바르츠발트 지역에 설치된 로프 토우(rope tow) 형태로 알려져 있으며, 본격적인 의자 형태의 체어리프트는 1936년 미국의 아이언 스프링스 리조트(선밸리)에서 바나나 적재용 기계 아이디어를 차용해 처음 만들어졌다.
‘리프트를 탄다’는 것은 단순히 산 위로 올라간다는 물리적인 이동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등반의 고통을 획기적으로 줄여주어, 하루에 탈 수 있는 활강 횟수를 수십 배로 늘려주었다. 이는 스키가 극소수 모험가들의 운동에서 대중적인 레저 스포츠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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