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30(수)

스포츠

[특별 기고] 금메달보다 빛난 박민호의 남자 마라톤 완주

2026-09-30 06:27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마라톤 완주 후 박민호의 발. [출처 박민호 인스타그램]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마라톤 완주 후 박민호의 발. [출처 박민호 인스타그램]
마라톤은 수많은 선수와 함께 출발하지만, 결국 자기 자신과 싸우는 경기다. 42.195km를 달리는 동안 경쟁자의 기록과 순위만큼 견뎌야 할 것은 바로 자신의 한계다. 체력이 떨어지고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기는 순간에도 페이스를 지키고 끝까지 달려야 한다. 그래서 마라톤은 실력만으로 완주할 수 없다. 체력과 인내,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결승선까지 선수를 끌고 간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마라톤에서 박민호(국군체육부대)는 그것을 자신의 오른발로 보여줬다. 박민호는 초반 선두 그룹에 자리하며 15km까지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20km를 지나면서 선두와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반환점을 돈 뒤에는 메달권에서도 점차 멀어졌다. 마라톤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 시작된 것이다. 앞선 선수는 멀어지고, 이미 지친 몸으로 남은 거리를 버텨야 한다. 박민호는 멈추지 않았다. 결승선을 통과한 그의 오른쪽 신발은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발에서 피가 날 정도의 고통을 견디면서도 그는 42.195km를 끝까지 달렸다. 기록은 8위였다. 메달도 없었다. 하지만 이날 그의 정신력만큼은 금메달을 주고 싶다.

마라톤에서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은 쉽게 할 수 있다. 실제로 포기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수십 킬로미터를 달린 뒤 체력은 바닥나고, 메달 가능성마저 멀어진 상황에서 남은 거리를 계속 달려야 한다. 그때 선수를 움직이는 것은 순위만이 아니다. 국가대표로 출발선에 섰다면 결승선까지 가겠다는 책임감, 그리고 스스로 레이스를 끝내겠다는 의지가 마지막 한 걸음을 만든다.

박민호의 피 묻은 오른발은 그 시간을 그대로 보여줬다. 박민호가 어떤 상태로 마지막 몇 킬로미터를 견뎠는지, 오른발에서 피가 나는 동안 무슨 생각으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는지는 기록지에 적히지 않는다. 하지만 스포츠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만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메달 가능성이 사라진 뒤에도 달리는 선수, 몸이 고통을 호소하는데도 자신에게 주어진 42.195km를 끝까지 책임지는 선수. 그런 장면이 때로는 순위보다 오래 남는다.


한국 마라톤은 이번에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대회만큼은 결과표에서 잠시 눈을 떼고 싶다. 피로 젖은 오른쪽 신발을 신고도 끝내 결승선을 통과한 박민호. 정신력만큼은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고 싶다.
 마라톤 해설가 김원식
마라톤 해설가 김원식


[김원식 마라톤 해설가·전남 장성중 교사]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