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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76] 장기에서 왜 ‘마(馬)’라고 부를까

2026-08-16 09:28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76] 장기에서 왜 ‘마(馬)’라고 부를까
장기알에서 ‘마(馬)’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물건이 있다. 말 그대로 한자 馬, 즉 말(馬)을 뜻한다. 장기알에는 실제로 ‘馬’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고, 대한장기협회 역시 ‘마’를 “‘馬’자를 새긴 장기짝”으로 설명한다. 한 편에 두 개씩, 모두 네 개가 있다.

한자 馬는 원래부터 ‘말’을 나타내는 글자였다. 갑골문에서는 말의 머리·갈기·몸·다리 등을 본뜬 상형문자로 나타났고,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의 馬 형태로 발전했다. 즉 글자 자체가 말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말은 오랫동안 인간에게 중요한 이동수단이자 전쟁의 핵심 수단이었다. 특히 전쟁에서 기병은 빠르게 움직이며 적의 허를 찌르고, 필요한 곳에 신속하게 병력을 투입하는 역할을 했다. 말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기동성이었던 것이다. 한자 馬가 장기의 기물 이름으로 들어간 것도 이런 군사적 이미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말이 가진 기동성과 장기에서 마가 보여주는 움직임 사이에도 묘한 공통점이 있다.

장기의 마는 직선으로 한 칸 움직인 다음 대각선으로 한 칸 움직인다. 그래서 흔히 ‘날 일(日)자 행마’라고 표현한다. 다만 첫 번째 칸이 막혀 있으면 그 방향으로 갈 수 없다. 장기에서는 이 첫 번째 길목을 ‘멱’이라고 부르는데, 마와 상의 길목을 막는 것이 중요한 전술이 되는 이유다.

이런 움직임은 체스의 나이트와도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한국 장기의 마는 단순한 ‘나이트’가 아니다. 장기에서는 마와 상의 위치가 포진의 핵심이 될 만큼 중요한 기물이다. 실제 장기에서는 귀마, 원앙마 등 마의 배치를 이용한 다양한 포진법이 존재한다.

그래서 장기에서 “마가 좋다”는 말은 단순히 말 한 마리의 가치가 높다는 뜻이 아니다. 공격과 수비 양쪽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동력 있는 기물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는 뜻에 가깝다. 장기 관련 칼럼에서도 차 다음으로 중요한 기물로 마를 평가하면서, 마는 위치 선정이 특히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결국 장기에서 “마”라고 부르는 것은 꽤 오래된 동아시아의 전쟁과 군사 문화가 놀이판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장기판에는 장군이 있고, 전차가 있고, 대포가 있고, 보병이 있다. 그리고 그 사이를 빠르게 누비는 기병, 바로 ‘마’가 있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마 하나 띄워”라고 말할 때, 사실은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전쟁의 풍경을 한 글자로 부르고 있는 셈이다. (본 코너 1875회 ‘장기에서 왜 ‘차(車)’라고 부를까‘ 참조)

장기의 매력은 바로 이런 데 있는지도 모른다. 네모난 판 위에서 알 몇 개를 움직이는 단순한 놀이처럼 보이지만, 그 작은 글자 하나하나에는 당시 사람들이 생각했던 전쟁의 모습과 전략이 담겨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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