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72] 장기에서 왜 ‘장군멍군’이라 말할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8120713530925505e8e941087118222121234.jpg&nmt=19)
‘홈팀이 선취골을 넣자 원정팀이 곧바로 동점골로 응수했다. 그야말로 장군멍군이었다’ 등이라고 할 때 쓰는 말이다.
장군멍군은 원래 장기 용어이다. (본 코너 1871회 ‘왜 '장기(將棋)'라고 말할까’ 참조) 대한장기협회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 관련 자료를 정리한 장기 용어에서 ‘장군은 상대편의 궁을 노리고 두는 수.’, ‘멍군은 장군을 받아 막는 수’라고 설명한다.
‘장군(將軍)’이라는 한자어 자체는 본래 군대를 지휘하는 장수라는 뜻이다. 우리 역사에서 실제 군사 지휘관의 관직명으로 사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의 신라 무관 관련 기록에도 이미 장군(將軍)이라는 명칭이 등장하며, 신라의 주요 군사조직에서 최고 지휘관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됐다.
장기에서 장군이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은 군사적 비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판으로 들어와 상대의 궁을 공격하는 수를 가리키게 된 것이다. 장군멍군의 어원에서 진짜 흥미로운 부분은 ‘멍군’이다. 장군은 한자와 역사적 용례가 명확한 반면, 멍군의 ‘멍’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멍군은 한자어가 아니며 국어사전에도 찾을 수 없다. 그저 장군을 막는 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멍군에서 '멍'은 '넋을 놓고 있다'라는 것으로 '아무 소용없는 장군을 노린수'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어원은 베일에 싸여 있지만 장기판에서는 장군에 대한 응수라는 뜻으로 오랫동안 쓰여 왔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1920년대 신문소설에서 장군멍군이라는 말이 실제로 사용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1924년 1월 25일자 조선일보 소설 ‘서글픈 후회’에 ‘이레 장군이야 그레 멍군이야?’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이어 장기판에서 장군과 멍군을 주고받는 장면이 묘사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이 자료는 당시 사람들이 이미 장군과 멍군을 장기 용어로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장기에서 장군멍군은 한 판의 구조에서 비롯된 말이다. 장군은 단순한 공격이 아니다. 상대에게 “이제 네 차례다”라고 선택을 강요하는 공격이다. 상대의 궁이 위험에 빠졌으니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멍군은 그 공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궁을 피하거나 공격선을 끊거나 다른 말로 막아내면서 다시 판을 원래의 균형으로 돌려놓는다.
즉, 장군은 압박이고 멍군은 응수다. 여기서 장군멍군이라는 말의 묘미가 생긴다. 한쪽이 공격하면 다른 쪽이 받아친다. 한쪽이 유리한 수를 던지면 다른 쪽이 그 수를 무력화한다. 그래서 승부가 쉽게 기울지 않는다. 장기판에서 장군과 멍군이 계속 이어진다면 어느 한쪽이 압도하지 못하고 팽팽한 대결이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오늘날 “이번 협상은 장군멍군이다”라고 말할 때도 바로 그 장면을 떠올린다. 한쪽에서 조건을 내놓으면 다른 쪽에서 새로운 조건을 내놓고, 한쪽이 공격하면 다른 쪽이 반격한다. 정치에서도, 외교에서도, 기업 간 경쟁에서도 비슷하다. 장기판에서는 이것이 승부이고, 세상에서는 이것이 경쟁이며, 사람 사이에서는 때때로 대화가 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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