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경엽 감독이 설파했던 '회사원론'은 프로 선수 역시 일반 회사원처럼 부진할 때가 있으며, 믿고 기다려주어야 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당장 성적이 나지 않는 주전 선수를 무조건 내치기보다 묵묵히 기회를 주며 반등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이 지나치면 팬들과 언론의 눈에는 고집스럽고 안일한 기용으로 비치기 쉽고, 팀 전체의 성적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사령탑은 융통성 없는 리더십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로버츠 감독이 마주한 상황도 이와 결을 같이 한다. 로버츠 감독은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마무리 투수 에드윈 디아즈가 연일 블론 세이브와 난조를 거듭하며 평균자책점 10점이 넘는 최악의 부진을 겪는 와중에도 보직 변경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는 디아즈 보직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대안 줘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믿고 맡길 만한 확실한 대체 자원이 부족하다는 현장의 절박함과 동시에 구단 고위층의 투자를 외면할 수 없는 감독의 답답한 처지를 대변한다.
결국 두 감독 모두 눈앞에 닥친 비판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과정의 믿음'과 '결과의 성적'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강요받기 때문이다. 염경엽 감독이 선수와의 신의를 강조하며 비판받았다면, 로버츠 감독은 구단의 계약 규모와 빈약한 불펜 뎁스 탓에 마땅한 카드를 꺼내지 못하며 코너에 몰렸다.
감독이라는 자리는 결국 성적으로 말해야 하는 위치다. 사령탑들이 꺼내 드는 방어적인 논리와 항변이 팬들에게 단순한 핑계나 고집으로 비치지 않으려면, 결국 믿음의 끝에서 확실한 반등을 이끌어내거나 과감한 결단을 통해 실마리를 풀어내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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