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당시 한국 방문한 장웅 전 IOC 위원[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4050708030722505e8e9410871751248331.jpg&nmt=19)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장 전 위원의 사망 소식을 아직 보도하지 않았지만, 생전 그에 대해서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장웅 동지는 사회주의 조국의 체육을 세계에 떨치기 위한 사업에서 한생을 바쳐온 체육부문의 권위있는 일군이다”라고 전했다.
북한 사회에서 사람을 부르는 방식은 단순한 호칭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동지’라는 표현은 개인의 이름을 대체하거나 그보다 앞서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단순한 언어 습관이 아니라 체제의 성격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원래 동지(同志)라는 말은 한자어에서 비롯된 오래된 표현이다. ‘같은 동(同)’, ‘뜻 지(志)’가 합해진 말로 뜻을 함께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동지라는 말은 한, 중, 일 등 한자 문화권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했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국역 35회, 원문 190회나 검색된다. 같은 뜻을 가진 친구나 동료를 의미하는 유교적·문학적 표현이었지만, 19~20세기에 들어서면서 정치적 의미가 강해졌다 러시아 혁명 이후 블라디미르 레닌과 볼셰비키들이 ‘товарищ(타바리쉬, 동지)’를 공식 호칭으로 사용하면서 혁명 동료라는 뜻이 확립됐다. 사회주의·공산주의 운동에서 이념적 연대의 상징적 호칭이 됐다
북한 역시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았지만, 그 사용 방식은 훨씬 더 체제화되고 일상화되어 있다. 북한에서 이름보다 동지가 강조되는 첫 번째 이유는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시하는 가치관 때문이다. 개인의 고유한 정체성보다는 혁명 조직의 일원이라는 소속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따라서 이름을 부르는 행위는 상대적으로 사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반면, 동지라는 호칭은 정치적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는 곧 개인을 체제 속에 위치시키는 언어적 장치다.
두 번째로 위계와 충성의 질서를 동시에 담고 있다. 겉으로는 평등한 호칭처럼 보이지만, 실제 북한 사회에서는 직함과 결합되면서 서열을 분명히 드러낸다. 예를 들어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에게는 단순히 동지가 아니라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와 같은 극존칭이 붙는다. 반면 일반 간부나 주민에게는 상대적으로 간결한 형태가 사용된다. 즉, 동지는 평등을 표방하면서도 동시에 권력 구조를 정교하게 반영하는 이중적 기능을 수행한다.
세 번째로, 이 호칭은 감정적 결속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북한의 공식 담론에서는 지도자와 인민, 그리고 구성원들 사이가 가족적이고 운명공동체적인 관계로 묘사된다. 이때 동지라는 말은 단순한 직함이 아니라 함께 싸우고 함께 살아가는 관계를 상징하는 언어가 된다. 반복적인 사용을 통해 구성원들은 자신이 하나의 집단에 속해 있다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하게 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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