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훈이라는 기둥 하나가 뽑히자마자 대표팀의 안방이 통째로 흔들리는 작금의 사태는 그만큼 한국 야구의 포수 층이 처참하게 얇다는 것을 증명한다. 더 기가 막히는 대목은 해외로 눈을 돌려도 마땅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수비력을 인정받으며 메이저리그 데뷔까지 했던 한국계 포수 에릭 양 같은 자원이 존재함에도, 우리 야구계는 그를 '남의 집 자식' 보듯 방치해 왔다. 이스라엘이나 이탈리아가 미국 야구 자원들을 싹쓸이해 전력을 보강할 때, 우리는 예비 명단 활용조차 고민하지 않은 듯 보인다. 이제 와서 에릭 양을 언급해 본들 그는 현재 소속팀 없는 무소속 신세이며, 우리 투수들과 공 한 번 던져보지 못한 '남'일 뿐이다.
결국 이 사태의 본질은 KBO 리그의 고질적인 포수 기근이다. 양의지, 강민호 등 불혹을 넘긴 베테랑들이 여전히 리그 최고의 포수로 군림하고, 그들의 뒤를 이을 30대 중반의 박동원과 최재훈이 국가대표 안방을 독점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20대 젊은 포수들은 주전 경쟁조차 버거워하며 성장이 정체되어 있다. 포수 육성은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핑계로 FA 시장에서 거액을 들여 '완성품'을 사오는 데만 열을 올린 구단들의 업보가 국가대표팀의 위기로 고스란히 돌아온 셈이다.
대표팀은 조만간 김형준이나 조형우 같은 국내 포수 중 한 명을 서둘러 낙점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될까. 사실상 박동원 한 명에게 모든 경기 안방을 맡겨야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만에 하나 남은 한 명마저 부상을 입거나 컨디션 난조를 보인다면 우리는 체코나 호주를 상대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KBO가 근본적인 육성 시스템의 붕괴를 직시하지 않는다면, WBC 안방 잔혹사는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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