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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812] 왜 수영장을 ‘풀(pool)’이라 말할까

2022-10-01 06:32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영장. 수영장은 외래어로 풀로도 불린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영장. 수영장은 외래어로 풀로도 불린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코너에서 영국 프리미엄리그 최고 인기구단의 하나인 리버풀 FC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었다. (2021.1.11. 본 코너 258회 ‘‘리버풀(Liverpool) FC’의 리버풀은 ‘봄철 정박지’라는 의미이다‘ 참조) 리버풀이라는 말은 신체 장기 간장을 뜻하는 ‘리버(Liver)’와 하천 수역이나 개울을 뜻하는 ‘풀(Pool)’의 합성어이다. 리버풀이라는 이름은 ‘봄철의 정박지(Spring-time Anchorage)’를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출발한 앵글로-노르만어에 기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장은 신체 중에서 스스로 회복하고 재생하는 능력이 가장 빠르다. 당초 봄철 정박지라는 말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간장의 특성과 비유적으로 연결시킨 것으로 보인다. 잉글랜드 북서쪽 해안도시 리버풀은 일찍이 봄과 여름에 사용하기 위한 항구도시로 발달했다.
리버풀은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맨체스터가 면직물을 시작으로 기계, 식품, 화학, 전자 등 전세계 산업의 중심도시로 성장하면서 외항으로 함께 발전했다. 19세기에는 세계 물동량의 절반이 리버풀 항구를 거쳤을 만큼 세계적인 무역항이었다. 뉴욕으로 첫 출항했다가 빙산과 충돌해 대서양에 침몰한 타이타닉호가 출발한 항구이기도 하다. 흑인 노예 무역의 메카이기도 했다. 아프리카~유럽~아메리카를 잇는 삼각무역에서 리버풀은 흑인 노예의 집결지 역할을 했다.

리버풀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pool’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pool’의 사전적 정의는 하천 등의 잔잔한 깊은 곳, 물 웅덩이, 수영장을 의미한다. 또 노름에 건 돈, 일종의 내기 당구를 뜻하기도 한다. ‘car pool’은 같이 돈을 내고 자가용을 쓴다는 의미이다.

영어용어사전 등에 따르면 ‘pool’ 어원은 늪을 의미하는 고대 인도유럽어 ‘bōlos’이다. 고대 독일어 ‘pōlaz’를 거쳐 고대 영어 ‘pōl ’로 쓰이다 중세 영어부터 ‘pool’로 사용하게됐다.

‘swimming pool ’의 약자이기도 한 ‘pool’은 수영, 수구, 아티스틱 수영, 다이빙 등 수영 경기나 레크리에이션을 위해 인위적으로 물을 모은 공간이나 시설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풀을 수영장으로 부른 것은 일제 강점기부터였다. 조선일보 1929년 6월3일자 ‘월미도조탕(月尾島朝湯)에 유영장설치(游泳塲設置)’ 기사는 ‘인천월미도조탕수영장전면칠천륙백평방미(仁川月尾島潮湯水泳塲前面七千六百平方米)의해면(海面)에신(新)히유영장(游泳場)『풀—』설치(設置)에관(關)한철도국장(鐵道局長)의신청(申請)이유(有)함에대(對)하야경기도내무국장부(京畿道內務局長部)은지장무(支障無)한것으로인(認)하고총독부(總督府)에진달(進達)하엿다는지(旨)로거월삼십일(去月三十日)에인천부윤(仁川府尹)에게통첩(通牒)이잇다더라(인천(仁川))’고 전했다. 인천 월미도 바닷가에 유영장으로 ‘풀’을 설치한다는 것이다. 풀이라는 단어는 해방이후 현대 국어사전에 영어 발음을 그대로 표기한 외래어로도 올랐다. 장소를 뜻하는 한자어 ‘장(場)’자와 함께 사용해 ‘풀장’이라는 말로도 쓰인다.

예전 초중등학교는 물론 대학교에서도 드물었던 풀장이 요즘은 개인 빌라에도 설치돼 ‘풀 빌라’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그만큼 풀장이 흔한 시대가 된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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