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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노트] 강정호 복귀 불허한 허구연 총재는 제갈량과 여호수아의 심정이었을 것

2022-04-30 02:45

허구연 KBO 총재
허구연 KBO 총재

강정호의 KBO행이 또 좌절됐다. 허구연 KBO 총재가 직권으로 그의 복귀를 불허한 것이다. 2020년 눈물의 기자회견까지 열며 KBO 복귀를 시도한 뒤 다시 한국행을 바랐으나 또 실패했다.

이로써 강정호는 사실상 더 이상 KBO에서 뛸 길이 없어졌다. 키움 히어로즈와 강정호의 ‘욕심’이 빚어낸 ‘참사’다.

강정호의 KBO행 재시도는 시작부터 무리였다. 여론도 좋지 않은 데다 명분이 약했다. 고형욱이라고 하는 키움 단장은 “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에 선수로 후회하지 않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는, 시간만 지나면 어떤 잘못을 저지른 선수도 받아들이겠다는 말과 같다.

선수들의 일탈에 KBO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관대한 메이저리그(MLB)를 한번 보자.


MLB 사상 최고의 타자로 평가 받고 있는 피트 로즈는 감독 시절 스포츠 도박을 한 혐의로 영구 제명 됐다. 제명 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복권은커녕 MLB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금지했으나 지금은 거의 미국 대부분의 주가 스포츠 도박을 합법화하고 있다. 단, 선수, 코치진 등 구단 관계자의 스포츠 도박은 아직도 금지하고 있다.

고형욱 단장의 말대로라면, 지금까지 각종 불미스러운 일로 야구계를 떠났던 선수들도 시간이 지나면 다 받아줘야 한다. 선수로서 후회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MLB가 로즈의 영구 제명을 철회하지 않고 있는 것은, 그런 선례를 남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의 복권은 MLB 리그 발전과 권익 보호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정호도 마찬가지다. 강정호의 복귀가 KBO 리그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허구연 총재가 판단한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사성어 읍참마속( 泣斬馬謖 )은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베다’는 뜻을 갖고 있다. 제갈량의 명령을 어기고 다른 전략을 세웠다가 대패하자 결국 제갈량은 눈물을 머금으며 마속의 목을 벨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이다. 엄격한 군율이 살아 있음을 전군에 알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아간의 이야기에서, 지도자 여호수아는 어이없는 ‘아이성’ 함락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전리품을 몰래 챙긴 ‘아간’에게 물었다. 사실 아간 뿐 아니라 많은 자들이 여리고성을 함락했을 때 신의 명령을 어기고 엄청난 전리품을 챙겼다.

여호수아는 누군가를 ‘희생양’ 삼아야 했다. 전리품을 챙긴 모두를 죽일 수는 없었다. 그 ‘희생양’으로 아간이 선택된 것이다. ‘약속의 땅’ 가나안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강정호
강정호

강정호도 불미스러운 일로 징계를 받은 많은 선수들 중 한 명이다. 그러나, KBO의 발전이라는 ‘대의’ 앞에서 그의 ‘욕심’은 엄단 될 수밖에 없다. 허구연 총재는 제갈량과 여호수아의 심정으로 그렇게 했을 것이다.

강정호도 이젠 KBO 복귀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무슨 이유로 미국 교포와 결혼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와 결혼해 영주권을 받았으면 미국에 정착할 생각을 해야 한다. 야구를 더 하고 싶으면, 미국 또는 멕시코 리그 등에서 하면 된다. 한국에만 야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야구 지도자가 되고 싶으면, 미국에서 소정의 절차를 밟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그의 능력에 달렸다.

키움도 더 이상 강정호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아는 구단이 돼야 한다. 그게 강정호를 위하는 길이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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