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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71] 왜 리베로(Libero)라고 말할까

2021-08-21 07:43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에서 리베로 오지영은 상대 공격을 리시브로 막아내는 디그부문에서 참가 12개국 선수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사진은 오지영(왼쪽)이 김연경과 환호하고 있는 모습.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에서 리베로 오지영은 상대 공격을 리시브로 막아내는 디그부문에서 참가 12개국 선수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사진은 오지영(왼쪽)이 김연경과 환호하고 있는 모습.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 도쿄올림픽에서 4강에 오른 한국여자배구에서 국제배구연맹(FIVB)가 집계한 각 기록부문에서 유일하게 최고 부문에 오른 선수가 있었다. 상대의 공격을 리시브로 막아내는 디그부문이다. 오지영은 참가 12개국 선수들 중 이 부분 1위를 차지했다. 상대의 164차례 공격 중 93개를 정확하게 받아내 56.71%의 성공률을 보였다. 세트 당 평균 3.10개의 디그를 성공시켰다. 유일하게 부문별 최고 분야에 올랐다. 그의 뒤를 이어 ‘배구 여제’ 김연경이 144개의 공격 중 83개의 디그를 처리해 이 부문 2위를 이었다. 오지영은 수비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은 셈이다. 한국이 4강에 올랐던 것은 그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큰 힘이 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지영의 포지션은 리베로(Libero)이다. 경기 도중 다른 색깔의 유니폼을 입고 들락날락 하는 포지션이다. 수비능력이 떨어지는 센터를 대신해서 리시브나 몸을 날려 수비만 전문으로 한다. 배구는 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종목이어서 키가 작은 선수는 키가 큰 상대 선수를 상대로 네트 근처에서 플레이하기가 어렵다. 키가 크지 않으면 네트에서 상대 공격을 막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베로만큼은 작은 키를 갖고도 최고로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오지영의 경우처럼 말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리베로는 자유로운 공격수라는 이탈리아어 ‘Battitore Libero’의 약자로 1960년대부터 주로 축구 등에서 사용했다. 세계 축구에서 독일축구의 영웅 베컨바워와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인공 홍명보 등을 대표적인 리베로로 꼽을 수 있다. 둘은 수비수를 전담하면서도 미드필더와 공격수에도 가담하며 전력의 핵으로 활동했다.

배구에서 리베로제를 처음 고안한 것은 1990년대 후반 루벤 아코스타 FIVB 회장과 마쓰다이라 야스타카 부회장 때였다. 1972년 뮌헨올림픽 남자배구에서 감독으로 일본을 금메달로 이끈 마쓰다이라 부회장은 일본 초등학교 배구에서 시험적으로 운영하던 리베로제 채택을 공식화해 1997년 월드리그부터 처음 도입했다. 그는 1980년대 일본 초등학교 배구대회에서 키가 작은 초등학생 선수들이 후위에서 기회를 갖기 위해 ‘후위 전문선수’제로 운영하며 리베로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리베로는 이제 배구에서 ‘약방의 감초’ 같은 말을 듣는 자리가 됐다. 공격과 수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채택된 포지션이지만 플레이의 영역을 크게 넓혔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NBA에서 채택한 3점슛과 야구에서 지명타자는 공격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지만 리베로는 오로지 수비강화를 위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대조를 이룬다. 사회 조직이나 모임체에서 특별한 전문적인 역할을 하는 이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리베로는 배구에서 특별한 포지션으로 전문적인 임무를 맡는 괴짜 선수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리베로는 반드시 후위에만 위치하는 포지션으로 후위에 위치한 선수와만 횟수에 제한없이 교대 할 수 있다. 하지만 리베로는 서브나 공격을 할 수는 없다. 후위에만 있다가 서브로테이션 때문에 전위로 올라가면 리베로는 바로 교대한다. 경기 시작 전 6명의 선수들에 포함되지 않다가 경기에 들어가면 레베로로 센터 1명을 빼고 교체 투입한다. 규정 상 팀 엔트리는 12명 중에 리베로를 2명 포함시켜야 한다. 리베로는 포지션 구분을 위해 반드시 기존 유니폼과 구별되는 다른 색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한국남자배구는 2009년 10월 제15회 아시아 남자배구 선수권 대회에서 당시 삼성화재 소속의 여오현이 리베로 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한국 남녀배구는 각 소속팀마다 최고의 수비력을 갖춘 전문 리베로를 운영하고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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