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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69] 배구에서 패스(Pass)는 어떤 의미일까

2021-08-19 07:27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한국과 브라질의 준결승전에서 한국의 김연경이 1세트 넘어온 공을 패스로 처리하고 있다.[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한국과 브라질의 준결승전에서 한국의 김연경이 1세트 넘어온 공을 패스로 처리하고 있다.[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스포츠에서 구기 종목은 패스로부터 시작한다. 볼을 잡고 플레이를 하려면 패스부터 먼저 해야한다. 골과 어시스트를 제대로 만들어내려면 여러 선수들의 좋은 패스를 거쳐야만 한다. 패스를 잘 하는 선수들이 구기종목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영어 ‘Pass’는 원래 동사형으로 통과, 합격한다는 의미이다. 구기 종목에서 상대 수비를 피해 좋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패스라는 말을 붙여 사용했다. 1900년대초 미국 야구 초창기 시절 패스는 ‘베이스 온 볼스(Base On Balls)’의 의미로 썼다. 포볼, 사구(四球)라는 뜻이었다. ‘패스트 볼(Passed Ball)’은 투수가 던진 볼을 포수가 놓친 것을 말한다. 투수가 잘못 던진 ‘와일드 피치(Wild Pitch)’와는 의미가 좀 달라 포수의 실수를 가리키는 말이다. 축구와 농구에서 패스는 같은 팀의 선수에게 볼을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초창기 농구에서 드리블을 금지해 주로 패스에 의해 플레이가 이루어졌다. (본 코너 403회 ‘패스(Pass)는 어떻게 나온 말일까’ 참조)

패스라는 말은 퍼트린다는 의미인 라틴어 ‘Passus’, 고대 프랑스어 ‘Pas’을 거쳐 15세기 영어로 정착됐다. 패스라는 말은 영국 콘월에서 주로 한 야외 팀 게임인 헐링(Hulling)이라는 종목에서 가장 먼저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영국에서 성행한 럭비에서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으며 1860년대 축구에서 더욱 발전했다. 현재 패스는 농구, 축구, 배구, 아이스하키, 미식 축구 등 구기 종목에서 쓰는 용어로 자리잡았다.

배구에서 패스는 서브 후 첫 번쨰로 볼을 접촉하는 것을 의미한다. 3번 이내의 터치로 상대방 진영 코트에 볼을 떨어뜨려야 하는 규칙에 따라 가장 먼저 서브를 받아 처리를 하는 것을 가르킨다. 일본에선 패스를 ‘경로(經路)’라는 한자어로 번역어 사용하기도 한다. 볼이 갈 길을 만든다는 뜻이다.

패스는 ‘리셉션(Reception)’이라고도 말한다. 볼을 받는다는 의미이다. 일본식 영어 ‘리시브(Receive)’는 리셉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보인다. (본 코너 456회 ‘왜 일본식 영어 ‘리시브(Receive)'를 영어 '범프(Bump)' 대신 사용하게 된 것일까’ 참조) 한국과 일본에서 쓰는 리시브라는 말을 대체할 국제 배구 표준용어는 ‘범프’라는 말을 쓴다. 국제배구에서 패스는 ‘범프 패스’로 연결해 사용하기도 한다.

패스는 상대방의 서브뿐 아니라 공격을 막아내기 위한 동작 등을 포함하는 시도를 의미한다. 적절한 패스는 볼이 코트에 닿지 않게 할 뿐 아니라 세터가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한다. 보통 배구 팀플레이는 패스에 이어 세트(토스), 공격 등 3단계로 이루어진다. 패스는 팀플레이에서 가장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패스는 보통 선수의 팔뚝으로 하지만 두 손을 벌려 머리 위에서 할 수도 있다. 몸 앞에서 손을 잡고 팔뚝으로 하는 패스를 언더핸드(Under Hand) 패스라고 말하며 두 손으로 하는 패스를 오버핸드(Over Hand) 패스라고 부른다. 모두 패스의 기본 동작으로 배구를 시작할 때부터 집중적으로 배워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초중등학교 체육시간에 배구를 처음 접할 때 언더핸드 패스를 배웠던 경험을 갖고 있다.

언더핸드 패스는 한쪽 손바닥으로 다른 쪽 손등을 올려 감싸도록 엄지 손가락을 따라 팔꿈치를 늘리거나 손을 주먹 모양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감싸듯이 하며 맞추는 것이 기본 동작이다. 서로 맞잡은 손을 아래로 내려 팔꿈치를 단단히 펴고 손과 몸 사이에 이등변 삼각형을 만들어줘야 공을 받을 때 다른 곳으로 튕겨 나가지 않는다. 상대 서브를 받는다든지 스파이크를 처리할 때 주로 언더핸드 패스를 이용한다.

오버핸드 패스는 손바닥을 바깥쪽으로 이마 앞에서 삼각형을 만들어 볼을 가볍게 튕기듯이 처리하는 것이다. 팔꿈치를 안쪽으로 굽히지 않고 겨드랑이가 보이도록 밖으로 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초보자들이 하기는 좀 어려운 동작일 수 있다. 오버핸드 패스를 할 때 볼을 잡으면 반칙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

현대배구에서 수비전문 리베로 제도가 도입된 이후 패스는 주로 리베로가 맡는 일이 많다. 배구 기술이 전문화, 세분화하면서 예전에 기본적인 동작이었던 패스를 전문으로 처리하는 선수가 맡게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배구 기술을 배울 때 기본기로 패스를 강조하는 지도자들이 많다. 패스를 모르면 배구를 깊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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