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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65] 왜 센터(Center)를 미들블로커(Middle Blocker)라고 말할까

2021-08-15 07:03

2020 도쿄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엮은 한국여자배구 양효진(14번)이 블로킹에 성공한 뒤 동료 선수들과 환호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 도쿄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엮은 한국여자배구 양효진(14번)이 블로킹에 성공한 뒤 동료 선수들과 환호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배구서는 1990년대까지 가운데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블로킹을 전문하는 하는 키가 큰 선수들을 센터(Center)라고 말했다. 하지만 2000년대들어 프로배구가 출범하면서 센터라는 말과 함께 미들블로커(Middle Blocker)라는 명칭도 쓰기 시작했다. 미들블로커는 국제배구에서 주로 쓰는 말로 센터보다도 좀 더 구체적으로 역할을 나타내는 의미이다. 센터는 포지션이 주로 가운데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썼던 일본식 영어였다.

원래 센터는 1864년 미국 초창기 야구에서 외야수 센터 필더(Fielder)를 가리킬 때 처음 썼던 말이다. 폴 딕슨의 미국야구사전에 따르면 센터라는 말은 19세기말 미국에서 많이 사용됐으며 20세기에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됐다.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배구가 정식 종목이 채택되기 이전까지는 6인제배구와 9인제배구에서 센터라는 말 대신 전위(Front Row), 후위(Back Row) 등으로 포지션을 주로 구분했다. 하지만 일본이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여자팀이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한데 이어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남자팀이 금메달을 따며 세계배구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일본식 영어가 배구용어의 주류를 이루었다. 센터라는 말은 레프트, 라이트 등과 함께 이 때 주로 생겼다. (본 코너 463회 ‘ 레프트(Left)가 아웃사이드히터(Outside Hitter)가 된 이유’, 464회 ‘왜 라이트(Right)를 아포짓히터(Opposite Hitter)라고 말할까’ 참조)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일본 배구가 세계배구에서 변방으로 밀려나기 시작하고 배구를 만든 미국 등이 주류로 등장하면서 국제배구 용어도 미국식 정통 영어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레프트를 아웃사이드 히터, 라이트를 아포짓히터라고 불렀고 센터는 미들블로커라고 말했다.

미들블로커는 가운데를 의미하는 미들(Middle)과 막는 사람이라는 뜻인 블로커(Blocker)이라는 말의 합성어이다. 가운데에서 볼을 차단한다는 의미로 가운데 포지션만을 뜻하는 센터보다 역할을 좀 더 전문화, 세분화된 말이다.

국가대표 배구선수 출신 엄한주 성균관대 교수는 “배구 용어는 시대적인 상황과 언어적 변화에 따라 말이 많이 바뀌는 경향이 있다”며 “나 자신이 선수로 활동하던 1970년대와 1980년대 초반까지 센터라는 말을 많이 쓰고 미들블로커라는 말은 거의 쓰지 않았다”고 자신의 선수 시절의 경험을 소개했다. 엄 교수는 “국제배구의 흐름에 쫓아가기 위해선 현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미들블로커라는 말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며 “일부 언론에서 아직도 센터라고 쓰는데 이를 미들블로커라고 바꿔서 쓰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들블로커는 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포지션이다. 상대 공격을 일단 저지하는 블로킹을 하는게 주된 역할이다. 상대 공격을 차단하려면 시야가 넓어야 하고 민첩성과 반응 능력 등 다양한 개인적 자질이 필요하다. 또 세터와 함께 상대의 허를 찌르는 속공과 시간차 공격, 이동 공격 등을 해야한다.

미들블로커는 2명이 대개 중앙에 있기 때문에 동료 선수가 서브를 할 때 전위 블로커들을 이끌고 상대 공격을 막는 역할을 하고 속공에도 많이 참여해야 한다. 따라서 다른 포지션보다 키가 크고 팔이 길어야 한다. 후위로 로테이션을 하면 리시브와 디그 능력이 다른 포지션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수비전문 리베로와 교대될 때가 많다.
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에서 4강 신화를 만든 한국여자팀에서 가장 전력적으로 문제가 된 포지션이 가운데 부분이었다. 미들블로커 양효진(190cm)과 김수지(186cm)는 신장에서는 미국, 브라질, 세르비아 등 4강팀에 비해 밀리지 않았지만 블로킹 커버가 다소 약해 밀리는 경향이 있었다. 국제배구연맹이 분석한 2020도쿄올림픽 개인 블로킹 기록에 따르면 양효진은 7위에 올랐으며 김수지는 하위권으로 처졌다. 미국, 브라질 선수들이 모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앞으로 한국배구가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키가 큰 유망한 미들블로커를 양성하는게 남녀 모두 주어진 과제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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