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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322] 바나나킥(Banana Kick)이라는 말은 어떻게 생겼나

2021-03-16 06:23

바르셀로나 리오벨 메시는 프리킥으로 득점을 많이 올린다. 사진은 메시가 왼발을  차 바나나킥을 구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바르셀로나 리오벨 메시는 프리킥으로 득점을 많이 올린다. 사진은 메시가 왼발을 차 바나나킥을 구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바나나킥(Banana Kick)은 바나나 모양처럼 공이 휘어서 날아가도록 차는 것을 뜻한다. 먹는 과일인 바나나와 킥의 합성어로 만들어진 말이다. 영어 용어사전에 따르면 바나나라는 단어는 손가락을 뜻하는 아랍어 ‘바난(Banan)’에서 유래했다. 과일 바나나에 대한 기록은 기원전 5세기 산스크리트어에서 처음 나온다. 서양에선 바나나를 현명한 사람들이 먹는 과일이라고 여긴다. 인간에게 유용하게 쓰이는 과일이기 때문이다.

1950년대 브라질 포워드 디디가 현재의 상태와 비슷한 바나나킥을 먼저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에서 펠레와 함께 역대 최고 공격수로 평가받는 가린샤는 월드컵에서 바나나킥으로 처음 골을 넣은 선수로 기록돼 있다. 1962년 칠레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끌며 골든볼과 골든슈를 수상한 가린샤는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그림같은 바나나킥으로 3번째 쐐기골을 터트리며 3-1 승리를 거두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바나나킥이라는 말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1975년이라고 영어 용어사전은 설명한다. 1970년대 말 브라질 포워드 지쿠는 공이 수평으로 휘어나갈 뿐 아니라 수직으로 뜨거나 가라않는 ‘더블(Double) 바나나킥’을 선보였다. 1997년 컨페더레이션스컵 프랑스전에서 브라질의 호베르투 카를루스는 37미터 프리킥을 바나나킥으로 성공시켜 세게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킥은 정체를 알 수 없다고 해서 ‘UFO 슛’으로 불리기도 했다.

바나나킥은 일반 킥과 다르게 찬다. 정지한 공을 강하게 감아차서 직선 경로로 날아가지 않고 꺾여서 날아가도록 한다. 공이 휘는 건 ‘호전이 걸린 느린 공은 똑같은 회전이 걸린 빠른 공보다 더 많이 휜다’는 ‘마그누스(Magnus) 효과’ 때문이다. 마그누스 효과는 1852년 독일 과학자 하인리히 구스타프 마그누스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것으로 공기 저항을 받아 날아가는 물체가 영향을 받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이론이다.

바나나킥을 차기 위해선 회전을 주는 힘도 중요하지만 정확도와 정교한 발 조절이 필수적이다. 마그누스 효과에 의한 궤적의 변화는 톱스핀과 백스핀, 사이드 스핀 등 공의 회전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프리킥을 찰 때 수비벽을 피해 좌우로 휘는 공은 사이드 스핀에 의한 마그누스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바나나킥을 찰 때 선수들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역회전을 일으키게 한다.

프리킥을 차는 선수들은 수비벽 위나 양 측면으로 공이 회전하도록 감아찬다. 보통 골키퍼는 수비벽 뒤의 골대 빈 공간을 지키고 서 있다가 공이 회전해서 방향이 꺾이면 득점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다. 바나나킥을 잘 구사하는 선수들은 자신만의 다양한 구질의 공을 발로 차서 골로 연결시킨다.

최근 축구공의 반발력이 강해지면서 파워킥을 하기가 쉽지 않아 바나나킥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아직도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네이마르 등 세계적인 공격수들은 기회가 주어지면 거침없이 바나나킥으로 골네트를 흔들어 팬들을 열광케 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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