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68] 왜 '해저드(Hazard)'라고 말할까

김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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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7-03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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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틴 존슨이 PGA 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4라운드 15번홀에서 워터해저드에 두 발을 담근 채 세컨드 샷을 하고 있다. 공은 경사면 러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었다. [USA TODAY= 연합뉴스]
푸른 잔디로 드넓게 펼쳐진 골프장을 보면 가슴이 탁 트인다. 울창한 수목과 호수, 다양한 화초들이 어우러진 골프장은 잘 그려진 한 폭의 풍경화같다는 생각이 든다. 얼핏보면 좋은 느낌만 갖게하는 골프장이지만 골퍼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함정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해저드(Hazard)’이다. 해저드 앞에만 서면 골퍼들은 작아지는 느낌이다. 마치 입을 벌리고 공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 말이다.

지난 주 미국의 톱 골퍼 더스틴 존슨은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하며 PGA 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1타차의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4라운드, 후반 12번홀에서 트리플보기에 이어 13번홀에서 티샷을 OB까지 냈으나 간신히 보기로 막았다. 결정적인 고비는 15번홀(파5)에서 찾아왔다. 티샷 미스가 나왔는데 공이 워터 해저드에 빠지지 않고 페널티 구역 경사면에 박혔다. 행운이었다. 존슨은 골프화와 양말을 모두 벗고 맨발로 물에 들어가 샷을 하는 투혼을 보였다. 이 샷은 짧아 그린에 올리지 못했으나 세 번째 어프로치 샷을 핀 가까이 붙여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1998년 22년 전 여름, 박세리의 US오픈 연장전 감동의 맨발 샷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PGA 투어에서 재연된 것이다. 해저드에 공이 빠져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했다면 그의 우승은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많은 골퍼들은 골프 코스에서 자신의 점수를 까먹을 수 있는 여러 위험에 직면한다. 두꺼운 러프, 벙커, 연못은 물론 페어웨이 한 가운데 있는 키가 큰 나무조차 모두 위협을 줄 수 있다. 보통 이런 것을 모두 합쳐 해저드라고 부른다. 해저드는 벌칙으로 설계된 것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해저드는 보통 연못이나 개울로 되어 있거나 모래구덩이 형태이다. 해저드에서 공이 빠져나오도록 하기 위해 클럽의 헤드(머리) 부분을 먼저 땅에 닿게 해서는 안 된다.

2019년 이전 영국왕립협회와 미국골프협회에 사용된 규정집에는 해저드를 공식 용어로 사용했다. 하지만 현재는 더 이상 공식 용어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예전 공식 규정에는 ‘해저드란 벙커나 물이 있는 곳이다’라고 정의했다.

보통 워터해저드는 별도의 말뚝을 설치해 표시한다. 이 말뚝 안으로 공이 들어가면 1벌타가 원칙적으로 부여된다. 주말골퍼들은 해저드에 공이 빠지면 1벌타를 먹고 별도의 해저드 티에서 티샷을 한다. 만약 해저드 티가 없다면 공이 빠진 자리 후방에서 드롭을 한 뒤 플레이를 이어 나간다.

해저드라는 말은 원래 위험하다는 의미인 프랑스어의 똑같은 단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1천여년전 프랑스어의 한 갈래인 앵글로노르만(Anglo-Norman)어를 사용하는 노르만인들이 영국의 새로운 귀족층이 되면서 고대 영어인 앵글로색슨어는 프랑스어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며 중세 영어로 변해갔다. 이 과정에서 많은 프랑스어 단어들이 골프 용어로 자리잡았다. 캐디와 해저드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골프 용어로 해저드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150년 정도 됐다고 한다. 골프가 본격적인 현대스포츠로 보급되던 시기와 맞물려 있다. 현재는 골프규정에 해저드라는 용어를 별도로 사용하지 않고는 있지만 벌칙 지역 등으로 실질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골프장의 해저드는 골퍼들에게 재미와 스릴을 맛보게 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공간이다. 해저드를 잘 피하거나 넘어가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해저드는 골퍼들을 두렵게도 하지만 이것을 극복하면 골프의 매력을 더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잠재적인 위험에 노출해 있으면서도 건강한 삶을 사는 인간들의 세상사처럼 말이다. 해저드를 결코 두려워하거나 겁먹지 말아야 진정한 골퍼가 될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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