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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의 아웃 &인] 되돌아본 타이거 우즈 통산 82승, 최고의 순간은 2019 마스터스

2020-04-10 06:25

 2019년 마스터스 우승은 타이거 우즈의 통산 82승 가운데 최고 영광의 순간으로 손꼽을만하다. 지난 해 마스터스에서 우즈가 우승을 차지하며 포효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9년 마스터스 우승은 타이거 우즈의 통산 82승 가운데 최고 영광의 순간으로 손꼽을만하다. 지난 해 마스터스에서 우즈가 우승을 차지하며 포효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5)는 어느덧 불혹의 나이를 넘어섰다. 1996년 PGA에 뛰어든 이후 21년째다. 그동안 PGA서만 82승을 올렸다. 메이저 대회 15승, WGC선수권대회 18승, 정규 PGA이벤트 35승등 다양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골프팬들은 그가 정상에 오르는 순간을 많이 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골프대회가 중단된 요즘 타이거 우즈가 거둔 많은 우승 중에서 ‘최고의 순간은 어느 것일까’라는 질문이 새삼 주목을 받는다.

우즈는 전에 이와 관련해 많은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는 “한번 생각해 볼만하다. 기념비적인 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우즈를 오랫동안 취재한 미국 ESPN 밥 에리그 선임기자는 9일 자신의 취재경험을 바탕으로 그가 거둔 82승을 랭킹 순위로 매겨 ‘타이거 우즈의 작은 도움으로 82승 랭킹 매기기’라는 헤드라인을 걸고 기획기사를 ESPN 홈페이지에 올렸다. 에리그 기자는 “우즈 조차도 자신이 거둔 많은 대회 우승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며 “그와 간혹 여러 얘기를 하곤 했는데, 영상과 각종 기록을 보여주면 당시 우승했던 순간들을 떠올리곤 헸다”고 밝혔다.

그는 우즈의 여러 우승 중에서 최고의 대회로 지난 해 2019 마스터스 대회를 꼽았다. 81번째 통산 우승이 된 2019 마스터스대회는 많은 감동을 줬다. 우즈가 점차 잃혀져가는 전설이 되는 순간에 톡 터져나온 극적인 우승이었다. 마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믿을 수 없는 승리였다. 2019 마스터스 대회 직전까지 우즈는 더 이상 슈퍼파워를 갖춘 선수가 아니었다. 많은 골퍼들이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거의 2년 동안 심각한 척추수술을 받아 세계랭킹에서 점차 멀어졌다. 그가 끝났다고 믿는 이들도 많았다. 성추문, 이혼, 음주사고 등 잦은 스캔들로 삶의 질도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그는 14년 만에 처음으로 2019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했다. 11년 만의 메이저대회 우승이었다. 그는 브룩스 켑카(29)와 잔더 슈펠레(24) 등 어린 선수들을 물리치며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에서 역전 우승했다. 그는 기쁨에 겨워 18번홀 그린 뒤에서 달려오는 아들을 껴안았다. 1997년 21세의 나이로 마스터스에서 처음 우승을 차지할 때 이미 고인이 된 아버지를 포옹하던 모습과 흡사했다.

에리그 기자가 두 번째로 꼽은 대회는 1997년 마스터스였다. 이 대회는 프로데뷔 1년여만에 거둔 4번째 우승이면서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었다. 우즈는 당시 21살로 마스터스 최연소 챔피언(이후 조던 스피드와 공동)에 등극했고, 72홀 270타를 기록해 마스터스 최소타 기록을 세웠다. 우즈는 1996년 8월 PGA에 입문하면서 마스터스 이전까지 3승을 올리며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백인들이 판을 치는 PGA에서 흑인으로 기존 어떠한 신인들보다 무서운 실력을 보여주는 우즈는 단연 최고의 주목을 받았다. 첫날 디펜딩 챔피언 닉 팔도와 1라운드를 치면서 전반 40타를 기록, 신인으로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후반 신들린듯한 플레이로 30타를 기록, 70타를 작성한 뒤 2라운드부터는 선두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3라운드서 영국의 콜린 몽고메리를 한 조를 이뤄 9타차까지 앞서나갔다. 몽고메리는 “인간으로서 우즈를 도저히 넘을 수 없었다”는 총평을 남겼다. 파5를 파4처럼, 파4를 파3처럼 플레이하는 무서운 신인 앞에서 세계가 경악했다. 마지막 4라운드에서 톰 카이트를 무려 12타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에리그 기자가 2000년과 2001년 메이저대회를 연속 제패했던 ‘타이거 슬램’의 화려했던 순간인 2000년 US오픈과 2000년 디 오픈을 3,4위에 올린 것은 당연한 순위 선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즈의 위대성을 입증해 보인 대기록이기 때문이다. 2000년 US오픈에서 우즈는 15타차 승리를 거두었다. 바닷 바람이 심하게 부는 페블비치에서 언더파를 기록한 유일한 선수였다. 3라운드서 트리플보기를 하고도 우승을 했을 정도였다. 우즈는 US오픈에서 우승한 지 한달도 안돼 골프의 발상지인 세인트 앤드류스 올드코스에서 72홀에서 단 한번도 벙커에 빠지지 않는 완벽한 플레이로 어니 엘스 등을 8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4년동안 달성된 우즈의 통산 82승은 우즈 개인의 역사이자 동시에 현대 골프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골프를 최고 인기 종목으로 만든 그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19가 종식돼 하루빨리 우즈가 다시 멋진 경기를 뽐내기를 기대한다. 이번 주 ‘명인 열전’ 마스터스가 11월로 연기되는 바람에 그나마 우즈의 마스터스를 볼 수 있다는 것만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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