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등 미국 북동부에는 폭설이 몰아쳤지만 이곳은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하고 한낮에는 반팔을 입어야 할 정도로 포근하다. 테라 라고 골프장에는 현재 50여 명의 한국 선수들이 동계훈련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 중에는 지난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를 평정한 이보미(28)도 있다. 그는 지난 연말과 연초 한국에서 꿀맛 같은 휴식을 보낸 뒤 1월 중순 미국으로 넘어왔다. 지난 24일(한국시간) 이곳 테라 라고 골프장의 클럽하우스에서 이보미를 만나 식사를 하며 동계훈련 상황과 올해의 목표 등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이보미는 첫 인사로 나눈 ‘예뻐졌다’는 말에 “엄마는 자꾸 시집가라고 야단이에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라며 웃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게 이보미도 벌써 한국 나이로 스물아홉이다. 지난해 일본에서 7승을 거두며 상금왕을 차지해 선수로서는 최고의 해를 보내는 등 현재 전성기를 맞고 있지만 부모에게는 딸의 결혼이 더 시급해 보일 수도 있다. 이보미는 그러나 “아직 결혼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에게는 아직 이루고 싶은 목표가 더 있어서다.
그는 올해 당장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과 메이저 우승을 달성하고 싶어 한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는 한국 선수끼리의 랭킹에서 상위 4명 안에 들어야 한다. 이보미의 세계랭킹은 현재 15위. 그의 앞에는 박인비, 유소연, 김세영, 전인지, 양희영, 김효주 등 무려 7명의 한국 선수가 포진해 있다.
이보미는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에는 세계랭킹 포인트가 높게 주어지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도 몇 차례 출전할 계획이다. 그는 “2월 말 태국에서 열리는 혼다 LPGA 클래식과 이후 3월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 그리고 7월 US여자오픈 3개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특히 두 차례의 메이저 대회에서 ‘일’을 낸다면 순식간에 상위 4명 안에 충분히 들 수 있다는 생각이다.
또 하나의 목표는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이보미는 지난해 7승을 거두며 일본남녀프로골프 통틀어 최다 상금 기록도 새롭게 썼지만 정작 메이저 우승컵이 없었다. 이보미는 “아무래도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 느낌이었다. 그게 바로 메이저 우승이었다”며 “승수를 떠나서 올해는 메이저 대회에서 꼭 정상에 오르고 싶다”고 했다.

이보미는 현재 모자에는 혼마골프를 비롯해 코카콜라, 일본 마스터스골프장, 건설회사 볼텍스 등의 로고가 붙어 있다. 의류에는 게임회사 반다이와 한국의 LG전자, 르꼬끄, 골프존 등의 로고가 붙는다.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다. 기업들로부터 받은 후원 계약금만 30억원이 넘는다.
이보미는 “예전에 한 선배가 스폰서로부터 돈 많이 받는다고 좋은 게 아니다고 한 적이 있다. 나도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그 뜻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이 받은 만큼 성적으로 보답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는 뜻이었다.
이보미는 오히려 그래서 올해 일본에서의 목표를 낮게 잡았다. “우선 3승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목표를 너무 높게 잡으면 스스로에게 압박감을 주게 돼 플레이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보미는 동계훈련 상황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올해는 특별히 스윙을 교정하는 건 없고, 정확도를 높이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며 “보통 아침 6시에 기상해 코스와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샷 훈련을 한 뒤 저녁에는 체력 훈련을 하며 하루를 마친다”고 했다. 일주일 중 토요일 하루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푹 쉰다.
체력 단련을 위해 이번 동계훈련 기간에는 트레이너와 동행했다. 지난해 캐디의 소개로 만난 트레이너는 이제 이보미와 시즌뿐만 아니라 동계훈련도 함께 한다. 그만큼 체력의 중요성을 느껴서다. 이보미는 “몸의 밸런스가 항상 유지되고, 단단해 지는 느낌이다. 부상 방지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캐디와 트레이너, 매니저, 그리고 어머니를 "한 팀"이라고 표현하며 "다섯 명의 호흡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쉬는 날인 토요일 인터뷰를 했던 이보미는 다음날인 일요일 다시 라운드를 돌며 샷을 점검하고 있었다. 그는 티샷을 날린 뒤 손을 흔들며 카트에 올랐다. 올 해 첫 대회인 태국에서 만나자는 말과 함께. 한 달 뒤 다시 만났을 때 더욱 업그레이드 됐을 그의 모습이 벌써 궁금해진다.
인디오(미국 캘리포니아주)=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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