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올스타전 MVP 출신 정경훈의 '용감한 도전'

모교 경주고 야구부 재창단 후 감독직 수행

2014-06-01 19:39

▲마산고와의경기에서2-9콜드게임패배이후그라운드를응시하는정경훈경주고감독.사진│김현희기자
▲마산고와의경기에서2-9콜드게임패배이후그라운드를응시하는정경훈경주고감독.사진│김현희기자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난 5월 31일, 전국 각지에서는 청룡기 선수권대회 출전팀을 가릴 ‘2014 고교야구 주말리그 후반기 시즌’이 시작됐다. 팀마다 ‘청룡 여의주’를 품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폭염 주의보가 내려진 대구에서도 예외 없이 경상권 후반기 리그전이 열렸다. 더운 날에도 불구하고 마산, 대구, 경북지역의 학교들이 대전을 벌인 가운데, 제1경기는 경북고의 5-1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이어진 제2경기에서는 마산고와 신생팀 경주고가 맞대결을 펼쳤다. 마산고가 초반에 대량 득점에 성공하며 경기를 쉽게 풀어가는 듯싶었지만, 경주고 역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5점을 뺏긴 이후에는 두 점을 쫓아가며 추격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생팀의 한계를 절감하듯, 7회가 끝났을 때 양 팀의 스코어는 9-2까지 벌어져 있었다. 마산고 에이스 류제인이 7회 말 세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자 경기는 그대로 ‘7회 콜드게임’으로 끝이 났다. 경주고가 패한 것이었다.

그러나 경주고의 주말리그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주목을 받을 만했다. 경주고 역시 한때 봉황대기와 화랑대기에서 4강에 오르며 ‘잘 나간 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시 경주고는 야구부 존속 문제로 말이 많았던 팀 중 하나였다. 결국, 경주고는 2008년을 끝으로 야구부 해체를 선언했다. 경주고에 이어 이듬해에는 구미전자공고마저 해체를 선언하며 경북지역에서는 유일하게 포철공고(이후 포철고교로 재창단) 야구부만이 존속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중학 선수들의 고교 진학 수요는 늘어나는데, 이를 수용할 만한 고교팀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했던 셈이었다.

‘올스타전 MVP’ 출신, 정경훈 감독의 ‘용감한 도전’

그러나 2014시즌을 앞두고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한국 야구 위원회(이하 KBO)를 필두로 중학, 고교야구 창단팀에 대한 지원 대책이 마련됐기 때문이었다. 이에 기존에 야구부를 운영했다가 해체를 했던 학교들을 중심으로 ‘재창단’에 대한 이야기가 논의됐고, 경북지역에서는 경주고가 다시 창단 의사를 밝히면서 이러한 논의가 점차 구체화됐다. 결국, 경주고는 6년 만에 다시 전국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작으면서도 묵직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배일에 쌓여 있었을 뿐, 경주고 역시 꽤 많은 프로 선수들을 배출했던 팀이었다. 영남대 졸업 이후 삼성에 지명을 받았던 이태일을 필두로 ‘저니맨’으로 유명세를 탔던 최익성, 삼성-해태-두산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곽채진, 롯데의 간판으로 거듭나고 있는 외야수 전준우, NC 하위타선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내야수 권희동 등이 대표적인 ‘경주고 동문’이었다. 경주고의 야구부 재창단 소식에 누구보다도 반가워했을 법했다.

이에 경주고는 공개 채용의 형식으로 초대 사령탑을 선임했다. 많은 후보가 언급됐지만, 경주고의 선택은 성남고 코치를 역임했던 정경훈(42)이었다. 젊은 사령탑 선임에 많은 이들이 의아해 할 법했지만, 정 감독 역시 경주고 졸업 이후 삼성과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전직 프로야구 선수’였다. 하지만, 그가 유명했던 것은 1995년 올스타전에서 홍현우를 대신해 출장하면서도 MVP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짧고 굵은 기억은 너무 빨리 기억 속에서 잊혀 졌다. 1999시즌이 끝난 이후 은퇴를 선언하기 전까지 그는 통산 10시즌 동안 1,476타수 360안타(10홈런), 135타점, 타율 0.244를 기록했다. 여기까지가 야구팬들이 기억하는 정경훈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이후 정경훈이 향한 곳은 전혀 의외의 장소였다. 바로 중국이었다. 중국 북경 수도 체육학원에서 야구부 코치로 처음 지도자 생활을 했던 정경훈은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중국 국가대표팀 타격 인스트럭터로 참가하며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중국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그는 다시 국내로 돌아와 최근까지 성남고 코치를 역임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은퇴를 선언했지만, 중국 국가대표팀 감독까지 맡았을 만큼 지도자로서의 경력은 꽤 풍부한 편이었다. 경주고가 모교 출신의 정 감독을 선임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경주고는 재창단 이후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1, 2학년이 주축이 되어 있는 만큼, 아직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한 셈이다. 그러나 프로화가 덜 된 중국 야구에서 국가대표 감독까지 맡았던 경험은 정 감독에게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올스타전 MVP’ 출신 정경훈 감독의 용감한 도전이 신생팀 경주고에 어떻게 발휘될지 지켜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것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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