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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923] 스키에서 왜 '하프파이프(halfpipe)'라고 말할까

2026-10-02 07:15

 스키 하프파이프 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스키 하프파이프 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스키 ‘하프파이프(halfpipe)’는 원통형 파이프를 반으로 자른 형태의 구조물을 좌우로 가로지르며 묘기를 선보이는 종목이다. 거대한 반원형 홈(pipe) 속을 무중력 상태처럼 날아올라 숨막히는 공중 회전을 선보이는 선수들의 모습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하프파이프는 영어 그대로 '반으로 쪼갠 파이프(halfpipe)'를 뜻이다. 커다란 원통형 파이프를 가로로 반 갈라놓은 듯한 반원통형(U자형) 구조물을 의미한다. 지면을 파내거나 인공적으로 구조물을 설치해 단면이 정확히 U자 형태를 띠도록 만든 설비를 가리킨다.

하프파이프라는 용어와 설비는 사실 스키나 스노보드보다 스케이트보드와 서핑문화에서 먼저 탄생했다. 1960년대 캘리포니아의 서퍼들은 파도가 치지 않는 날 바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거대한 배수로나 빈 수영장(pool) 속에서 보드를 타기 시작했다. 파도의 곡면을 지상에서 구현하려 한 것이다. 1970년대 후반 스케이트보더들은 더 역동적인 공중 묘기(트릭)를 구상했고, 원통형 구조물을 반으로 잘라 놓은 듯한 나무 경사면 구조물을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최초의 스케이트보드용 하프파이프였다. (본 코너 1501회 ‘왜 ‘서핑’이라 말할까‘, 1531회 ’왜 ‘스케이트보드’라고 말할까‘ 참조)

스케이트보더들이 여름철에 타던 하프파이프의 쾌감은 1980년대 스노보드 개척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눈 덮인 산비탈에 거대한 U자형 트랙을 만들고 그 위를 미끄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본 코너 1914회 ’왜 ‘스노보드’라고 말할까‘ 참조)

이후 스노보드가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하프파이프 역시 공식 경기장 규격으로 자리 잡았고, 프리스타일 스키 역시 이 짜릿한 지형을 도입하면서 오늘날의 스키 하프파이프로 진화하게 됐다.

하프파이프가 올림픽 무대에 처음 선 것은 1998년 일본 나가노 올림픽이다. 당시 스노보드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하프파이프와 대회전(giant slalom)이 함께 도입됐다. 전통적인 설상 종목에 비해 젊고 반항적인 분위기를 풍겼던 스노보드는 나가노 대회를 기점으로 전 세계적인 대중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초창기 올림픽 하프파이프는 벽의 높이가 약 3.5m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선수들의 기량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더 높고 화려한 공중 묘기를 요구하면서, 경기장 규모 역시 벽 높이 6~7m 이상의 거대한 '슈퍼파이프(superpipe)' 규격으로 발전했다.

미국의 숀 화이트는 올림픽 하프파이프 사상 최고의 레전드로 꼽힌다. 그는 독보적인 난이도의 기술로 올림픽 금메달만 무려 3개를 목에 걸며 종목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여자부에서는 미국의 클로이 김이 최연소 금메달 획득 및 압도적인 공중 회전 기술(더블 코크 등)을 선보이며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프리스타일 스키 종목에 속하는 스키 하프파이프는 스노보드보다 조금 늦은 2014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에서 비로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데뷔했다. 트윈팁 스키(앞뒤가 모두 들려 있는 스키)를 신고 U자형 파이프를 질주하는 이 종목은 스노보드와는 또 다른 차원의 속도감과 역동성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소치 대회 이후 스키 하프파이프는 에어리얼, 모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프리스타일 스키의 핵심 세부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스키어들도 스노보더 못지않은 고난도 공중 회전과 백투백(연속) 립 트릭을 소화하며 올림픽 코스의 스릴을 극대화하고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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