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한화는 매 경기가 결승전이자 총력전인 사지(死地)를 걷고 있다. 5강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승수 하나가 아쉬운 판국에, 팀의 명운을 짊어질 영건들을 불러올리면서 '천천히 단계를 밟아가겠다'는 식의 여유는 현장의 긴장감과 전혀 맥을 같이하지 못한다. 특히 올 시즌 초반 심각한 제구 난조로 1군 마운드에서 쓴잔을 마셨던 김서현의 경우, 재정비를 거쳐 올라왔다 하더라도 곧바로 팀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고 있다. 감독이 선수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명분으로 "필승조가 아니다"라는 방어막을 쳤지만, 이는 오히려 실전에서 팀이 수세에 몰리거나 터프한 승부처에 직면할 경우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모순적인 수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지고 있는 경기나 팽팽한 살얼음판 승부에서 경험이 부족한 어린 투수들이 마주할 압박감은 필승조로 나설 때보다 몇 배는 더 가중되기 마련이다. 안전장치 없는 환경에 선수를 방치한 채 말로만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지극히 낭만적인 발상이라는 팬들의 지적이다. 시즌 초반이나 스프링캠프에서나 통할 법한 이 같은 수사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후반기 순위 싸움 상황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팀 케미스트리와 선수단 전체의 멘탈을 흔드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물론 김 감독은 김서현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콜업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적 여유도, 실험을 허락할 사치도 없는 것이 지금 한화의 냉혹한 현실이다.
선수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심어주려는 의도였다 하더라도, 벼랑 끝에 몰린 팀 성적과 팬들이 체감하는 절박함의 온도 차는 너무나 크다.
결국 말로 하는 포장보다 마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결과가 모든 것을 증명해야 하는 시점인 만큼, 김 감독의 발언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앞으로의 몇 경기가 매섭게 판가름할 것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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